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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동 고분군 - 걷기와 순례 2

해파랑길 2021. 12. 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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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의 길 - 걸으면 산다.

내게 있어서 걷기는 순례다 여행이다 산책이자 방랑이다. 삶의 친구이자 동반자다 삶 속의 끝없는 여정이다. 생활의 원초적 본질이다. 질병을 치유하는 자연처방이다. 몸을 살리는 에너지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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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골마을을 순례한 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과 삼국시대의 오래된 고분군인 대구 불로동 고분군을 순례하였다.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사가정 서거정
(四佳正 西居正)은 이 멀리 대구 팔공산 자락으로 유람을 와서 도동 측백나무 숲을 순례한 후, 그 숲을 칭송하여 '북벽향림'이라는 시를 짓고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北壁香林(북벽향림)ㅡ서거정

古壁蒼杉玉槊長
(고벽창삼옥삭장)
옛 벽에 푸른 측백은 옥창같이 자라서
長風不斷四時香
(장풍부단각시향)
긴 바람 끊이질 않고 사시에 향기롭구나
慇懃更着栽培力
(은근갱착재배력)
은근히 정성들여 심고 가꾸기 힘쓰면
留得淸芬共一鄕
(유득청분공일향)
맑은 향 머물러서 온 마을에 가득하리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거정은 멀리 유람을 와서 순례를 하였고 만고에 길이 남는 시詩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기억되는 영원한 순례자임을 알 수 있다.
수 백년이 흘러가도 지금껏 측백향은 가득하여 사시사방에 머물고 있지만, 선각자 문신은 유람과 순례를 마치고 마침내 푸른 향기와 기운을 담아, 또 다른 곳으로 詩적 靈적 순례를 영원히 떠났다는 점이다.
우리도 시인처럼 순례를 해 왔고, 아직 순례 중이며, 마침내 또 다른 순례를 떠날 것이다.


어쨋던 살아 있는 한 걷기를 생활화 할 것을 권유드리고 순례라 할 만한 걷기를 추천한다.
그런데, 걷기가 쉽다고 생각하면 쉽지만 정성을 들여야 하고 계획과 준비가 되어있는 걷기라야 한다. 짧은 길도 걷다보면 지루함을 느끼고, 더구나 보다 길 순례길을 걸을 때는 예기치않은 에피소드도 생기고 온갖 경우의 수를 만난다.


중요한 것은 일단 걷기를 좋아하고 걸을 때는 계획을 잡아 집중해서 시도해야 한다. 걷기로 마음먹고 순례지가 정해지면, 걷는 것이, 걷는 일이 좋아지도록 스스로가 애정을 가지고 그 순례지가 삶의 길이다 생각하고 걷기에 방점을 두고 걸어야 한다.
인생길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걷기에서부터 본격화되고, 그러한 걷기 자체가 쌓여 우리의 인생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나모리 가즈오의 일에 대한 마음가짐과 성공의 태도를 걷기에 비유해 소개해 본다.


''등산은 평지에서부터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정상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지던 정상이 한 발 한 발 오르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보이고, 그렇게 인류는 8,8848미터 높이의 에베레스트 산까지 정복했다...''


''일생은 모든 순간순간이 쌓여야만 이루어진다...
제아무리 위대한 업적도 사소한 것들을 착실하게 쌓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순간순간 닥쳐오는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굽히지 말고, 부단히 앞을 향해 나아가라.
그리고 가는 길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끈기있게 그 길을 가라.
그것이 당신의 의지를 더욱 성장시키고, 당신의 인생에 값진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신정길 옮김.서돌刊)


나는 여러분에게 그것이 여행이든 순례든 적당한 계획과 준비를 가지고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걸어보기를 권유하는 바이다.
당신에게 그 첫 시도는 분명 새로운 출발이자 축복의 전환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인생길은 순례길이다.
살다보면 인생길이 한 번 쯤은 아니 몇 번 쯤은 고단한 길이 될 수도 있다.
순례길 또한 마찬가지다.


낙담에서 벗어나는 길은 걷기만한 치유책이 없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였는데(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좌절하지말고 포기하지 말고) 최소한 그병에는 걸리지 말아야 한다.

조금 뚱딴지 같은 말인지는 몰라도, 그러기 위해서는 걷자!
걷다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고, 힘들어도, 걷다가 실패하여도 다시 걷고 또 걷자.


세계 최초로 8000m 16좌 고봉을 완등한 자랑스런 산악인 엄홍길은 ''1%의 희망이 99%의 절망을 이겨낸다. 모든 것은 단 1%가 해낸다.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길이 끝나는 곳에서 늘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라고 하며, 인생길에서든 순례길에서든 그 어떤 길에서든 절망하지말고 포기하지 말 것을 역설했다 (엄홍길, 오직 희망만을 말하라.)


우리는 왜 걷는가?
이색적인 관점에서 탴리지에서 나는 그 답을 제시해본다.

택리지; 책표지

''대체로 살 곳을 정하는 데에는 지리地理가 첫째이고, 다음은 생리生利이며, 그 다음은 인심人心이요, 또 그 다음은 산수山水다.''
<택리지擇里地(卜居總論),
이중환,이민수譯>


그래, 돌이켜보면 살기 좋은 곳 , 살만한 곳을 향해, 사람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순례하듯 살아 왔다. 이제 새로운 가볼만한 곳,
가 보고 싶은 곳, 가 보아야 할 곳, 가보면 더 유익한 곳을 향해 우리의 순례를 계속해 가자!


지금 이순간 순례의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필수라고 당신께 말하고 싶다.
삶은 순례다.
걷자, 걸으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