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의 길 2
2021년 12월, 나는 또 조르바를 만나러 갑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원제; 알렉시스 조르바스의 모험)를 재독再讀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여정에 있어서 우리네 삶은 끊임없이 진행형 여행이고, 자유를 염원하는 방랑이고, 신세계를 바라는 모험입니다.
그리고 그 삶의 여정은 그것을 이끌어가는 영혼이 어떤 구속이나 속박이나 각본이나 타율이 아닌, 자유 의지로 충만되고 채워질 때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한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은 정해진 길이 아닙니다.
인간은 언제나 가 보지 않은 길을 가 보기를 염원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 오늘을 사는 영혼은 늘 새로운 삶을 꿈꿉니다.
그 자유라는 것은 구속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방도 아니고, 도피도 일탈도 아니고, 뭐랄까 내 모든 것의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자유로움과 평화로움과 순진무구함과 자연적인 평안함 그 자체일 것입니다.


인생길을 걸어가다 한 쪽 길이 막혀 있거나 끝나 있다면, 열려있는 다른 쪽 길이나 새로난 길을 찾아가면 됩니다.
걷기 전에 생각하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출발할 것인지는 당신의 몫입니다.
하지만, 조르바는 일단 출발하고, 걷고나서부터는 쓸데없는 여분의 생각은 버려라고 합니다.



그로 인하여 고민과 고난, 거짓과 편견, 무지와 오만, 욕심과 아집도 있는 그대로 자유로운 삶 속에서 저절로 정화되고 승화되기를 바라면 됩니다.
자유로움을 꿈꾼다고 해서 기분내키는대로 마구잡이로 살아가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비우고 내려놓는 자유로움이 결국은 우리 삶 속에, 우리 인간이 바라는 마음의 평화와 육체의 평안까지도 함께 가져다 줄 것입니다.


비록 조르바가 다녀간 크레타섬으로 가는 길은 아니지만 우리 곁에는 조르바를 만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습니다.
계곡길도 좋고 바닷길도 어느 길도 좋습니다.
공원을, 산길을, 강변을, 들판을, 숲 속을 걸어가면서, 유적지와 사원과 산사를, 성당을, 올레길을, 시장길을, 마을길을 순례하며 마주치며 부딪히는 있는 그대로를 호흡해 봅시다.
또 공원벤치에서, 도서관에서,
서재방 책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며 집중하고 묵상하면, 순수한 영혼 또 다른 자유로운 조르바를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도 함께 지금부터 조르바를 만나러, 조르바와 함께, 아니 조르바가 되어 ㅡ 책속의 명언들을 떠 올리며 자유를 찾아 모험과 여행과 순례를 떠나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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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게 언제쯤 제대로 사람구실을 하게 될까요? 우리는 바지를 입고 셔츠를 걸치고 칼라를 세우고 모자를 씁니다만 그래보아야 노새새끼, 여우새끼, 이리새끼, 돼지새끼를 못 면해요. 하느님 형상으로 만들어 졌다고? 누가? 우리가?
나 같으면 그 멍청한 쌀통에다 침을 탁 뱉겠소!’ ''



''인간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며,
왜 이놈의 세상에서 태어났으며, 인간이란 얼마나 좋은 것인가 따위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내가 여자가 있든 없든, 내가 정직하든 정직하지 못하든, 내가 파샤든 거리의 짐꾼이든 내겐 그게 그거예요.
중요한 건 내가 살아 있느냐 죽었느냐 는 거죠.''


''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낸 나뭇조각도 성물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그 잘난 머리로 이해라는 걸 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 놈은 틀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 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슴을 봅니다.


그래, 팔과 가슴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 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 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다네.' ''




''인간이라는 불운한 존재는 작고 초라한 자신의 삶 둘레에 난공불락이라고 믿는 방벽을 쌓아 올린다. 그 안을 피난처로 삼아, 삶에 미미한 질서와 안정을 부여하려 애쓴다.
미미한 행복을 말이다.''


''조르바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보다 좀 길 거예요. 그것뿐이오.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당신은 머리가 힘이 세니까 항상 그 머리가 당신을 이겨 먹을 거라고요.



인간의 머리란 구멍가게 주인과 같은 거예요.
계속 장부에 적으며 계산을 해요.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아주 좀상스러운 소매상이지요.
머리는 줄을 자르지 않아요.
아니, 아니지! 오히려더 단단히 매달려요..
그런데 사람이 이 줄을 끊어 버리지 않으면 산다는 게 무슨 맛이겠어요?' ''


''미완성의 詩지만 나는 이렇게 절규했다.
'이를 악물어라, 사랑하는 이여, 그대 영혼이 날아가지 않도록!' ''
''아, 나도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물에 빠진 놈 처럼 그대들의 살아있는 따뜻한 몸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네!...
그래서 우리는 말했다.
<조르바는 위대한 인간이다!>''
ㅡ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譯.열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