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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순방길 23 - 조수성당, 조수리박물관, 천주교 순례길

해파랑길 2022. 4. 24. 16:46

어제는 서귀포 안덕에 있는 방주교회를 순례했다.

교회로 가는 길은 누구나 다녀 갈 수 있는 개방된 길이다. 또 교회는 그 신앙이나 신자 여부에 관계없이 방문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대체로 거의 대부분의 다른 여타 종교기관이나 종교 성지 또한 방문이나 참석에 특별한 제약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수리박물관과 연결된 곶자왈


언젠가 모로코에 여행을 갔을 때 회교도 사원에 갔는데, 그 안의 일정부분에는 신자 외에는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여 출입을 할 수 없는 구역이 있긴 했었다.
불교나 카톨릭 또한 마찬가지다.


일반 가정집도 주인의 허락에 관계없이 함부러 출입하면 안되는 공간은, 살펴서 출입에 삼가하는 것이 예의요 법도다.


오늘 아침은 푹 쉬었다.
계란과 스콘과 커피 한잔으로 간식을 먹으며 몸을 추스린다.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근처의 곶자왈 생태체험관, 조수리 박물관, 조수성당을 참례하고 천주교 순례길과 마을길을 순방하기로 한다.


길가에서 달래를 캐고 있을 때,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시던 어르신께서 자기 밭에 가면 많이 있으니, 캐 줄테니 따라 오라신다.
어디서 왔느냐고 여쭙길래 부산서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하니 자기 고향이 부산 범일동이라며 반가워 하신다.


나이 열 여섯에 제주도로 시집 와서 칠십년을 사셨단다.
영감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슬하 오남매를 낳았는데 모두 제주도에 살고 있단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땅도 사고, 묻지도 않았는데 큰 아들과 며느리 모두 시청에 사무관 높은 자리에 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신다.

밀감과 부추를 주신 행복지향 어르신


집 뒷편에 하귤을 따 가라고 하신다. 기념으로 사진만 찍었다.
텃밭에 무도 뽑아 가란다. 한사코 거절해도 광에서 꺼낸 밀감과 부추를 한 봉지나 담아 주셨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조수리박물관


기약없는 작별의 인사를 하는동안 내내 손을 흔드신다.
왜 낯선 이방인에게 저렇게 마음을 내어 주실까?
나도 자꾸 돌아다 보았다.
계속 손을 흔들고 계신다.


인생을 살면서 남의 것을 빼앗고 약탈하는 삶이 가장 원시적이고 동물적이며 비인간적이다.
그대신, 인생은 베푸는 삶을 살 때 가장 인간적이며 사회적이며 진보된 행복지향주의자가 아닐까?

조수성당가는길, 천주교 순례길


내가 이번 순례 중에 느낀건데, 제주도에는 행복지향주의자가 가장 많이 살고 계시는 것 같다.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고 했다.
도둑과 거지와 대문이 없다고 했다.
해양수중자원과 식물자원과 방언 사투리가 많다고 했다.


대문 대신에 '정주석'에 보통 3개의 구멍을 뚫어 긴 막대기 '정낭'을 걸쳐 놓는 형식의 대문이 있다.


나는 제주도로 여행을 왔지만 실상은 탐라를 순례 하고 있다.

다음은 보물님의 블로그에서 궁금한 자료를 요약해 인용했다.

고대 삼국 시대에 개벽설화(開辟說話)에 탐라의 유래가 나온다. 설화에 의하면, 태고에 북쪽 삼성혈에서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삼신인이 솟아나 살았는데, 그 3가지 성씨(고:高, 양:梁, 부:夫) 중 세력이 가장 컸던 고을나(高乙那)의 15대 손이 신라에 입조(入朝)하여 "탐라 (耽羅)"라는 국호를 받아와 개국하였다.
"탐라국"은 섬나라로 독자적 또는 예속적으로 삼국과 외교관계를 맺어오다가 고려 시대에 이르러 고려에 예속되어 1105년(고려 숙종 10년)에 왕제(王制)가 폐지되고 탐라군으로 격하되었다.
고려 고종 연간(1192~1259)에는 탐라군을 "제주 (濟州)"로 개편하였다.
2006년도에 제주 특별자치도로 승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하여
UNESCO 3관왕을 달성 했고,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New 7Wonders of Nature)
으로 선정 되었다.

한양동식당 뷔페ㅡ현지인 맛집


점심은 예상대로 대 성공이었다.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밥집에 들러, 숨어 있는 전통 맛집임을 확인했다.
현지인 분들이 즐겨하고 즐겨찾는 곳을 함께 경험하고 동참해 보는 것 역시 순례의 한 과정이다.

멀구슬나무
밀밭
둥글레


골목길을 걸으며, 많은것을 비우고 또 채운다.
함께해준 인어공주 깐부 마마께 감사하다.

시절과 세대는 변천하고, 생명은 신ㆍ구가 교체되며 대를 이어 영속하고 순환한다.
내가 바라고 염원하는 가족의 건강과 만사형통, 평화와 자유 또한 그럴 것이다.

오늘 하루는 넉넉한 나눔과 비움과 채움과 공부로 이어진 순례였다.


처형이 사주고 가신 한우고기와 이웃분이 주신 상추쌈으로 근사한 저녁을 챙겨 먹고 나머지 순례 일정과 일과를 정리한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