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백낙천은 이 같은 대답에 실망하여 말했다.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백낙천이 신통치 않다는 듯이 대꾸하자, 선사는 부드럽고 침착한 어조로 다시 말하였다. “그래, 알기야 세 살 먹은 애들도 다 아는 사실이지. 하지만 팔십 된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지.” 아는 것이라도 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 말을 들은 백낙천은 그제서야 비로소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누구나 선과 악을 구별하고 인의예지를 알고 있지만, 그 선과 악을 분별하여 가려서 행하고 인의예지를 족히 실천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백거이가 살아오고 배워오고 알고 있는 지식은 관념적인 지식에 불과한데 비해, 도림선사가 깨친 선각은 현실적인 경험적 삶의 앎에서 나온 것이다. 단순한 세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