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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순방길 26 - 신창성당, 신창포구, 몸국 체험

해파랑길 2022. 4. 26. 22:53

어제밤부터 내리는 비가 아침에도 계속 내린다.
종일 비 예보다.
제주도 1달 살기 온 이래로 가장 많은 비가 내린다.
어제 한라산 영실 윗세오름을 갔다와서 오늘은 쉬는 날이라, 비가 때마침 와서 창밖을 바라보며 쉬는 것도 운치가 있다.

제주도 순례여행을 오고나서 여행지 코스 계획 수립, 사진 정리, 일기쓰기 등을 주안으로 하다보니 점차적으로 티브이를 거의 보지 않게 되었다.


잠간 뉴스를 보면서 스콘에 커피 한잔으로 늦은 간식을 먹는다.
북쪽에서는 선제완핵
(선제적인 공격용 완전 핵무기 사용)이야기고, 남쪽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논쟁으로 시끄럽다.

세상이 전쟁이나 갈등없이 평화롭고 행복해야 할텐데, 우리 아이들 세대가 걱정된다.

갑자기 '비오는 날의 수채화' 가사가 간절해진다.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색 물감으로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컴퓨터를 사용할 일이 있어서 면 사무소에 들린다. 고객용 피시로 업무를 수행하고 나니 거의 2시가 다 되었다.

음식순례를 할 차례다.
외지를 순례 여행함에 있어서 의식주 해결은 급선무로 대단히 중요하다.
복장으로 예를 갖추고, 편히 거하며 음식이 입에 맞아야 기분좋은 여행으로 마음의 평안을 기할 수 있다.
귀한 사람이나 천한사람이나 집으로 초대하거나 불러서 밥 한끼를 나누고 대접하는 것이 사람으로서 최고의 도리이며 최고의 인간관계이다.
의식주의 집합체가 그 안에 있다.
대사중의 대사가 농사 다음에 식사다.
순례지에서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오늘 점심은 비도 오고 해서 뜨끈한 국물 음식이 당긴다. 그래서 제주도 고유전통 음식, 몸국을 먹어보기로 했다.
비오는 날은 막걸리와 파전인데, 대작할 이가 없으니 술 먹은셈 치고 해장국으로 기분이라도 내 볼려고 미리 검색해둔 식당으로 갔다.


연예계의 유명 인사들이 다녀간 바 있는 '채훈이네 해장국' 집이다.
몸국과 고사리해장국이 전문이다.
점심으로는 늦은 시간인데도 손님이 제법 많이 계셨다.

몸국은 처음 먹어보는 특이한 맛인데 내입에는 아주 제대로다. 고사리 해장국 또한 아주 걸쭉하면서도 부드럽다.
다음에는 소주랑 곁들이면 더 제격이겠는데, 언제 또 오겠는가?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해본다.


잠시 비 오는 바닷가로 가본다.
한적하다 못해 적막하다.
신창포구에는 출어를 멈춘 작은 배들로 가득하다.

비가 심하게 내린다.
내가 있는데도 깐부마마는 비오는게 무섭다고 한다.
나이 들어가는 탓이리라.
내가 옆에 있는데도 무서워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힘주어 위로한다.
비가 더 심하게 뿌려댄다.

이층빵집 굽는아방


근처 카페로 가서 제대로 바다를 볼까해서, 소금빵집으로 간다.


진저 한잔과 소금빵으로 창가에 앉아 비오는 풍경을 감상한다.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는 빵집이다.


근처에 신창성당을 들렀다. 성이시돌 어린이집도 같이 있다.
아기자기한 정원과 놀이터가 잘 갖추어져 아이들의 천국이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어른의 아버지들이 쪼르르 달려 나온다.
그들에게 눈 인사를 보낸다.


내가 돌아서 나오는데도 그들은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이방인인 나를 구경하고 있다.


너희들은 걱정없고 고통없고 근심없이 지금의 자유와 사랑과 순수함으로 이땅을 살아 가기를,
성모 마리아님에게 기도하며 숙소로 돌아온다.


오늘은 비와함께 마음의 평화로 가득채운 쉬어가는 순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