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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순방길 29 - 망오름, 월림리. 저지리 마을길 순례를 마치며..

해파랑길 2022. 4. 29. 22:05

오늘은 제주도 한달살기 마지막 여정이자 순례를 하는 날이다.
일어나면 날씨부터 본다. 여행에 있어서 당일 행선지를 정하거나 옷차림 등에 있어서 날씨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다.
비가 그쳤는데도 서늘해서 약간 한기를 느낄정도다.
늦은 아침을 먹고 한림민속 오일시장으로 간다.


지난 번에 시장구경을 했었는데, 이번엔 갈치를 사서 내일 집에 가져간다고 해서 일부러 다시 왔다. 육지에서보다 훨씬 값이 싸고, 원물이 싱싱한 낚시 갈치이기 때문이다.

최고 좋은 놈으로 고른다.

제주산 오리지널 낚시갈치

누굴 줄려고 비싼걸 사려 하느냐 물으니, 웃으면서 다 알면서 새삼 묻느냐고 한다.
자식 사랑은 왜 저리도 할꼬?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난뒤 귀가 길에 한림 상명리에 있는 느지리 오름으로 간다.


둘레길 바닥에는 붉은 화산재가 곱고, 계단길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죄우로 비자림과 삼나무 등 울창한 숲길의 연속이었다.


오름의 정상에는 조선시대 때 봉수대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전망대가 있다.
해서 느지리 오름을 망오름이라고도 부른단다.
날씨가 흐려서 희미하게 보이지만 여기서 금악오름, 저지오름, 산방산, 당산봉 등이 보인다.

바람이 차고 추워서 서둘러 둘레길을 내려간다.


오늘 느지리 오름의 둘레길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우리 말고 겨우 한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주차장에는 분명히 차가 서너대나 있었는데, 아마도 이 오름에 고사리가 많아서 고사리를 채취하는 원주민 차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둘레길의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우거져 상당히 청량하고 운치있는 오름이지만, 분화구가 나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게 옥의 티라고나 할까.

대신 방목하는 말 목장의 말도 가까이 볼 수 있어 흥미로왔다.

갯무꽃
영글어가는 갯열매

느지리오름 주차장 한켠에 핀 갯무꽃은 지고 있고, 대신 열매는 영글어 간다.

둘레길의 형상이 태아의 형상을 닮은 생명의 자연치유의 숲길을 순례했다.

우리들의 순례길은 인제 끝나가지만, 그동안 길에서 얻은 영혼의 양식은 새롭게 익어서 간다.

다음은 한림읍 월림리 마을에 잠간 들린다.


한림읍에 속한 월림리는 유채, 감귤, 천연 감물염색 갈옷, 토속제주어 보존 마을로 유명하다고 한다.

태양국
감귤꽃

월림리 마을에서 저지리로 간다.
저지에 있는 예술인촌 주변마을을 순례한다.
지난번에도 예술인촌 마을을 왔었지만, 오늘은 걷지않은 반대쪽 마을을 순례했다.

순홍색 열매가 아주 영롱한 나무 한그루가 유독 눈길을 끄는데 이름을 알 수가 없다.
우리의 오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꽃가루를 뿌린듯 하다.


민가가 있는 골목길로 들어간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체험적인 삶의 순례길이다.
사람 사는 곳, 인정이 있는 곳, 삶의 애환과 전통과 역사가 있는 살아 있는 마을 길이다.

어느 민가에 아직 달려있는 한라봉 만생종?
개와 닭그림으로 치장한 어느 민가
담쟁이 넝굴(덩쿨)-꽃은 처음본다. 신기하다.

한편, 농가들의 건너편인 이쪽은 대체로 부촌 인듯 하다. 모르긴 몰라도 부호들이 사는 집 같다. 집들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마치 카페처럼 건축양식이나 구조 상태가 개성있고 또 깨끗하고 단정하며, 한결같이 정원이 잘 손질되어 있고 꽃들과 정원수로 치장되어 있었다.

아마도 예술하는 작가의 집?
개인 민가인데 종택인지?


오늘 마지막 순례를 환하게 맞아주는 꽃, 그대는 나의 마음을 아는가?
나더러 꽃 길만 걸으라고 이렇게 화사하게 맞아주는 너의 환대에 나도 마음문을 활짝 열어야겠지?
살아있는 것은 영원히 다 아름다워라고~

클레마티스

그동안 제주도 한달살기를 지원해준 분들에게 이 꽃을 바친다.

용돈을 챙겨준 사랑하는 큰아들 작은아들 부부, 여행에 부분 동참하여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처형에게 감사를 드린다.
격려차 달려와 특별히 점심을 사주신 동서형님, 또 맛난 흙돼지고기를 사주며 형님을 대접하고 간 동생과 제수씨, 순례여행기를 읽어주며 고맙게도 안부인사 해주는 서울 사돈님, 힘내라고 카톡하며 위로 음악 전송해준 성환이와 여러 지인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런데 유일한 한사람, 꽃보다는 당신이다!
손잡고 함께가는 유일한 동반자, 오직 한사람!
힘든 가운데서도 하루 두끼를 챙겨주며, 순례길을 동고동락한 깐부마마 평생마마, 나의 영혼의 동반자에게 한달살기의 모든 공을 돌린다.
꽃대신에 나를 바친다!
함께함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의 순례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사람,
걸으면 산다고
나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이길을 순례라고 외치며 달려온,
나자신에게도 참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똑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