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탐라순방길 30 - 탐라발상지에서 순례를 마치다.

해파랑길 2022. 5. 1. 17:37


청명하고도 산뜻한 아침이다.
새들은 소리높여 노래하고 바람은 산들거리며 분다.

숙소를 마지막으로 내집처럼 정리하는 깐부, 아침부터 연신 바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벌써 며칠전부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거의 다 마치고 마지막 짐싣기와 숙소에서 관리비를 정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홈 스위트 마이 홈이다.

숙소 관리인과 작별하며 상호간에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집으로 복귀 차 제주항으로 출발이다.


순례를 마친 기분은 어땠는가 하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한마디로 행복 반 고생 반이라고 하고 싶다.
설령 행복이 99고, 고생이 1이라 하더라도, 고생은 고생이란 뜻에서 고생이 반이라고 했다.

그 고생도 어쨋던 순례의 귀중한 일부이다.
집 떠나면 생기는 단순한 고생이지만, 그 고생도 순례자가 이겨내고 견뎌내고 새로운 것으로 녹여내야 진정한 순례의 종결이 되는 것이다.

아쉬웠던 것, 서러웠던 것, 부족했던 것, 짜증났던 것, 귀찮았던 것들, 안좋았던 것들은 모두 다 던져버리고 내려 놓고 가면 된다.

흥미로웠던 것, 설레고 신기했던 것, 재미있고 기분 좋았던 것, 새롭게 신뢰할 만한 것, 가서 보고 듣고 맛보고 해서 오감이 깨어나고 새로운 정신으로 재충전 되었다면, 그것들을 알차게 채워서 오면 된다.

이번 순례는 정말 새로운 경험으로 흥미로왔다.
매일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좋았던 것만 기억하며,
만족한 기분으로 숙소를 나선다.

오다가 잠시 한림에 협재해변을 들린다.
협재해변에 들린 이유는 어떤 추억이 회상되어서 들린건데, 이런, 와서보니 여기가 아니다. ㅠ
(나중에 알고보니 거긴 서우봉이 있는 함덕해변 이었다)

비양도가 바로 지척에 보이는 협재해변에는 2번째로 왔다.
마지막으로 또 돌탑을 쌓고 추억을 쌓고 소망을 쌓는다.


마지막 순례지로 제주시의 탐라국발상지 삼성혈을 택했다.

전설은 전설이다.
저기 땅의 구멍에서 역사가 탄생되었다니 우리네 전설은 순진무구하게 참 아름답다.

이번 탐라 순방길의 종지부를 탐라발상지를 탐방함으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주도 한달살기 마지막날 탐라국 발상지 삼성혈을 둘러 봄으로서 사실상의 순례를 마감했다

그동안 발이 되고 짐꾼이 되어 주었던 애마를 먼저 배에 싣고, 탑승장으로 간다.

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선실에서 잠간 쉰 후 갑판으로 나가 바다를 하늘을 구름을 본다.

저 바람과 구름과 하늘과 길이 얼마나 우리를 축복했는지, 그저 묵묵히 영겁을 지켜준 대자연에 감사하다.

이 뱃길을 통해 수 많은 선비들이 유람도 가고 유배를 갔을테다.
갑자기 제주도 유배지 순례길 생각이 났다.

하늘도 바다도 원래가 하나였다.
궁은 극에 이르고 극은 변하여 궁에 통하게 되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

만물의 법칙이 어찌 모가 나고 제한되어 있을까. 사방에 진리가 가득한데, 너무 하나에만 집착하거나 아집에 묶여 있지 말기를, 가슴을 열고 심호흡하며 나를 다독인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뿐이다.

아니 무념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