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을 아시는가요?
나는 흔히 그말을 들으는 받고 대충 그 뜻도 알고는 있었다.
근데 내가 실제로 이번 주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당하고보니 참으로 맘이 황당하고 슬프고 아프다.
부인이 지난 토요일 새벽에 밤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침대를 내려서다 그만 미끄러져 요 천추를 다쳤다.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여기서 이 경우에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부인은 토요일 당일은 별일이 아니거니 하고 헬스장까지 다녀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일부러 아픔을 감추고 있었다)
일요일은 역시 대청소를 하는 날이라 집안 곳곳을 물걸레질을 하며 청소도 하고 목욕탕까지 다녀왔다. 그런데 별일이, 즉 야밤에 홍두깨가 나타난 이후로 마침내 하루 이틀이 지나고 서서히 큰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밤중이었다.
통증은 가중되고 홍두깨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월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에 갔다.
먼저 X-ray를 찍어보니 엑스선 사진상에는 특이사항이 없으나, 의사선생님께서 촉진을 하더니 소견상 꼬리뼈 실금(골절)이 간거 같으니 MRI를 찍어 보잔다. 스케줄상 화요일 아침에야 MRI를 촬영할 수 있단다.
화요일 오전 9시에 촬영 후 12시에 판독 진료 결과 천추 세 번째가 골절이란다.
어이쿠, 이런 홍두깨가! 통재라!
부인은 그제서야 오만상, 죽을상, 온톰 울상이다.
약물치료 외 특별한 치료 방법은 없고, 염증을 안 일으키고 뼈가 붙는 동안에 약물복용과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단다. 여기서 안정이란 누워서, 그것도 옆으로만 누워서 지내야 한단다.
앉아 있는 게 제일 안 좋고, 서고 걷는 게 그다음에 안 좋고, 눕되 바로 눕는 것도 안 좋으니, 그저 옆으로 누워서 지내야 한단다.
말이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거지 이건 감옥에 가서 하는 꼼짝달싹도 못하게 하는 중형의 와형?이다.
병원 입원 기간은 사람마다 증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한 약 1달 정도는 안정을 해야 후유증이 최소화 된단다.
의사 선생님들은 원래가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설명을 해준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솔직하게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하여튼 입원은 고려 사항이기도 하고 권장사항이기도 하단다.
이 말은 무슨 말인고 하니, 천추 골절은 사실상 병원 입원 중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도 얼마든지 안정을 취할 수 있으니 병원 입원은 꼭 필요사항은 아니라는 뜻이란다.
입원을 위해서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PCR 검사를 했다.
생애 처음으로 해보는 검사였다.
입원을 할지 안할지는 아들과 상의후 하기로 하고 일단 집으로 왔다.(아들이 명색이 의사라서 부모의 진료. 입원 등의 중대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자문을 구하고 우리가 보고를 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 조회해 보면 천추 골절, 꼬리뼈 골절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나의 부인의 경우 일어난 경과와 진료 및 치료 등의 과정이나. 일정을 기록해두기로 한다.
그런일이 절대로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혹시 다른 분에게 이런 예기치 않은 홍두깨가 생겼을 경우 참고가 될지 모르겠기에 기록해 두는 이유도 있다.
(부인을 위해 기도한다. 조속한 쾌유를 빕니다.
내가 대신 아팟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여보, 이런 홍두깨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또 기도합니다)
근데 이왕에 홍두깨 이야기가 홍두깨가 어떤 놈인지 한번 살펴보고 가자.
'홍두깨'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게 '다듬이'와 어떻게 다른지 사실 잘 모른다.
홍두깨는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나무를 둥글고 길게 깎은 것으로, 길이가 보통 70cm나 된단다. 이러한 홍두깨는 옛날에 뻣뻣한 옷을 두드려 부드럽게 만드는 용도로 썼단다.
(칼국수 만들때 쓰는 길고 둥근 막대기가 홍두깨인가? 다듬이는 홍두깨가 아닐테고..)
‘아닌 밤중’이라는 말은 뜻하지 않은 밤중이란 뜻이다. 따라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은 뜻하지 않은 밤중에 누군가가 홍두깨를 들이댄다는 뜻이다.
별안간 안 좋은 일을 당하거나 전혀 예기치않게 궂은 일을 맞는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가 생기거나 이런 일을 당한다면 그야말로 황당하고 화나고 기분 안 좋을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는 두 번 다시 만나거나 당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쾌유를 기원합니다, 부인!
여보, 평소 건강하고 밝고 적극적인 당신의 모습을 회복할 그날까지,
당분간은 참고 이겨내야지요!
이 여름 건강해야하는데, 부인이시여. 힘내소서.
내가 수발을 들며 정성껏 간병할테니, 바라기는 두번다시 홍두깨는 당하지 마시기를~힘내고 화이팅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