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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티아고순례길 1-Carpe diem

해파랑길 2021. 11. 20. 11:13


(이 글은 신안 천사의 섬 섬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쓴 시와 걷고 온 후의 독백을 글로 쓴 것이다 )

''묻지 말게나,
(알아서도 안 된다네)
나와 그대에게 신神들이 어떠한
운명을 점지해 두었는지를,
Leuconoe여, 바빌로니아의
점성술마저도 혹하고 믿으려
말게.
인생의 그것이 무엇이든
견디는 게 얼마나 나은가,
주피터Juppiter 神이 내린 수많은 겨울을 보내든,
혹은 그가 내린 최후의 때가
티렌Tyrrhenum 海를 그 바다에
마주한 바위로써 부스러뜨리든
간에 말일세.
현명해지게나.
술을 채에 걸러 따르고.
이 짧기만 한 인생에서
머나먼 희망일랑 잘라내 버리게.
우리가 얘기하는 이 순간에도, 세월은 덧없이 멀어져 가는데.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이 순간의 날을 잡아채게,
다음에 올 날은 가능한 한
조금만 믿고.''
ㅡ 호라티우스의 송가 1-11
(Horatius, Odes I-11)


>>>>>> 카르페 디엠!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가? 무슨 뜻을 지녔으며 어떤 의미를 가진 말인가? 누가 먼저 한 말인가하고 갑자기 궁금해졌다.

종전 블로그 글에서도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카르페 디엠' 에 관해서 소개한 바 있다.

https://myplacetoyou.tistory.com/m/4

吾唯知足과  Carpe diem

오유지족吾唯知足이란 '나는 오로지 족함을 안다'라는 뜻인데,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현재 처지에 대해 만족하라는 가르침이 담긴 말이다. 吾唯知足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마지막 가

myplacetoyou.tistory.com

죽은 시인의 사회 ; 책표지


1989년 미국에서 개봉된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영화 속에서, 존 키팅선생이 지친 학생들에게 속삭이듯 외친 파격적 메세지가 바로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이었다.
이 말은 그 후부터 '현재를 즐겨라'란 뜻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원조는 고대 로마의 서정시인 호라티우스의 '송가Odes' 라 불리는 시의 후반부에 나오는 문귀 라틴어 '카르페 디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걸 알았다.


라틴어 부분;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을 영어로 표현하면
Seize the present ; trust tomorrow e'en as little as you may.
(현재를 꽉 잡아라, 가능한 내일이란 조금만 믿고.)
pluck the day, putting as little trust as possible in tomorrow. (현재를 낚아채라, 다가올 미래는 최소한만 믿고 )로 표기된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인생시간은 우리를 시기하며 멀리 흘러가버리니, 오늘을 낚아채라.
현재를 잡아라.
현재 이순간에 충실하라.
오늘을 즐겨라.
내일이면 늦으니, 미래에 일어날 일은 신경쓰지 말고..
이것이 '카르페 디엠' 이다.

참 맞는 말이다. 멋있는 말이다.


오늘 아침 친구가 카톡으로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이라고 보내왔다.
찾아보니 화엄경의 이세간품에 나오는 법문이었다.
나는 즉시 '오늘 한 시간, 오늘 하루를 잘 성찰하고 잘사는 사람이, 영원히 잘 사는 사람이다'라는 뜻으로 마음에 새기고 싶다라고 즉답했다.
부처님이 설법한 깊은 공덕은 내 잘 몰라도, 바로 지금의 순간이 모든 시간과 공간에 두루 함께하여 모두다 피안에 이르는 것이라는 뜻일게다. 친구도 부처님의 법문을 통하여 이심전심으로 카르페디엠을 전하고 있다.

자장(慈藏) 율사의 “내 차라리 하루라도 계를 지키고 죽을지언정 백년을 파계하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吾寧一日持戒而死
不願百年破戒而生)”(‘삼국유사’) 라고 한 출가의 원에서도 카르페 디엠의 구도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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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일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오늘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전하고 싶네... '
ㅡ 미국 시인
Norma C. Marek의 Tomorrow never comes.

이 긴 시를 요약하면, 젊은이든
노인이든 그 누구에게도 내일은 약속되어 있지 않으니
오늘 바로 용서를 구하고
감사와 사랑을 전하라는
것입니다.
ㅡ이노우에 히로유키의
너무 애쓰지 말아요, 예유진譯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 풍경과 예배당

어쨌든 오늘은,
그래,
오늘도 카르페 디엠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