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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선사와 백거이의 길 1

해파랑길 2021. 12. 26. 18:58


오늘은 선행후지, 지행합일의 일화를 소개하겠다. 선행후지는 전편에 요약하여 전한 바 있으므로 이번에는 지행합일의 실천과 중요성에 대해 백거이와 도림선사에 관한 일화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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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ㅡ先行後知 깨달음의 길

'깨달음과 행동'이라는 주제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아는 것과 실행이 합쳐져야 진정한 깨달음이 되는 것이지요. ㅡ 김종성,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는 한 걸음 걸어라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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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당나라의 백낙천(白樂天, 772~846,
본명은 거이居易,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은 유명한 시인이요 대문장가로서, 뛰어난 경륜을 지닌 정치가이기도 하였다.

향산거사 백낙천 초상화

그는 본래 학식과 견문이 두루 뛰어난 데에다 소위 자수성가하여 벼슬이 지방태수 자사(刺史)에까지 오르니 자못 우월감과 성취감에 충만해 있었다.
다음은 당나라 목종때인 822년, 그가 51세 무렵 절강성 항주(抗州)의 지방관 자사刺史로 부임하였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 일화를 바탕으로 백거이는 인생관을 바꿀정도로 말년에 새로운 불교의 세계로 귀의하여, 은퇴 후 향산사라는 절에 머물며 스스로 향산거사로 거듭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도림선사 ㅡ '작소선사도'

항주의 진망산秦望山에 도림선사(道林禪師,741~846)
라는 덕망 높은 이름난 고승이 살고 있었다. 도림선사(741~824)는 좌선을 할 때 항상 산중의 나무 가지에 앉아서 좌선(坐禪)을 하고 있어서 마치 새의 둥지처럼 보였다.

양해의 '도림백락천문답도'-상해박물관 소장
국내 사찰벽화 - 백낙천의 도림선사 알현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조과선사(鳥窠禪師)또는 작소선사鵲巢禪師라고들 하였다.(미루어 짐작컨대 실제 까치가 그 옆에서 둥지를 틀고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남송 탱화진품, 도림선사-출처;중국불교협회전희스님

백낙천이 하루는 도림선사의 고명과 덕망을 전해 듣고, ‘내가 한번 선사의 도력을 직접 시험해 보리라’ 하며 마음을 먹고는 도림선사가 머물고 있는 과원사를 향해 수행원을 거느리고 찾아갔다.
(도력을 시험하였다기 보다는 당시의 문화 와 전통으로 지역에 관리가 부임하면, 관내의 덕망있는 유림이나 종교지도자를 참예하는 것이 관례였으므로, 부임 인사차 문방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 사찰벽화 - 백낙천의 도림선사 알현

도림선사는 청명한 날이면 경내에 있는 노송 위에 올라가 좌선을 하곤 하였다. 마침 백낙천이 도림선사를 찾아간 날도 여느 날처럼 나무 위에서 좌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님의 좌선하는 모습을 본 백낙천은 너무나도 위험하고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미 낙산리 삼층석탑(통일신라때)


“(나무 위에 계시면)선사의 거처가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선사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웃으며 말하였다. “내가 볼 때에는 태수 자네가 더 위험하네.”
“나는 벼슬이 이미 자사에 올라 강산을 진압하고, 또 이렇게 안전한 땅을 밟고 있거늘 도대체 무엇이 위험하다는 말입니까?”

백낙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꾸하자, 선사는 刺使가 학문과 벼슬에 대한 자만심이 대단한 것을 알고, 이 기회에 그의 교만함을 깨우쳐 주려고 생각하여 단호하게 일갈하였다.

청도 운문사 사리암 천태각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 교만한 마음만 늘어, 번뇌가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선사는 은연중에 지금 현재 벼슬길에 있는 백낙천에게 명리와 이해가 엇갈리는 속세가 더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 준 것이었다.

구미 죽장사 5층석탑


선사의 어조는 차분했으나 당시 자수성가하여 소위 출세 좀 했다는 백낙천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그러나, 백낙천은 자신의 마음을 환히 꿰뚫어보는 듯한 선사의 눈매와 자기가 자사라는 벼슬에 있음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다하는 도림 선사의 기개에 그만 온전히 압도 당하고 말았다.

구미 죽장사 보리수나무

이에 애초에 선사를 시험하고자 했던 오만 방자한 태도를 바꾸어, 백낙천은 옷깃을 여미고 공손하고 겸손한 자세로 예를 다하여 진심으로 가르침을 청하였다.

“제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법문을 한 구절 들려주십시오.”

이에 도림선사는 다음과 같이 한 게송을 설하였다.

제악막작(諸惡莫作);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중선봉행(衆善奉行);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자정기의(自淨基義); 자기의 마음을 맑게 하면,
시제불교(是諸佛敎); 이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法句經 중 제183번째 게송으로 흔히 '칠불통계게'라 함)

거해스님 編譯, 법구경( 제183번째 게송) ; 칠불통계게


*위 글은 법보신문 연재기사 내용 일부를 참고하였습니다.

http://naver.me/xy2wQCr3

10. 백거이와 조과도림선사 - 법보신문

나무 둥지에 웅크리고 앉은 선사와 그 앞에 관복을 입고 합장하고 있는 벼슬아치를 그린 이 장면은 한국 사찰벽화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그림으로, 남송대 화가 양해(梁楷)가 그린 ‘백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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