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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순례-백거이의 길3

해파랑길 2021. 12. 29. 23:18


백거이의 수많은 작품의 서정시와 서사시중 필자가 읽고 특별하다 싶은 몇 수의 시세계를 소개하며,
오늘은 김천시 자산동 벽화마을을 함께 산책 순례해 보기로 한다.

김천자산동 벽화마을은 지금도 현지인들이 그대로 주거하고 있다. 별로 소문나지 않았지만 꼭 한 번 가볼만 한, 스토리
(조선의 영남학파의 거두 김종직,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사모바위와 할미바위 이야기 등)가 있는 매우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골목길이자 순례길이다. 벽화마을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운동코스 산책로가 있는 모암산 자산공원과 곧장 연결되어 있다.
김천시 김천의료원 정문 맞은편에 벽화마을 안내 입간판과 진입로가 있으며, 벽화골목길을 따라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김천에서 가장 큰 5일장 전통시장 황금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대문장가 백거이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가 71세에 관직을 사직하고 낙양에 돌아와 은퇴생활을 할 때, 시를 읊기를 스스로를 달관하여 깨달았다
(달재達哉)라고 말하고 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해득하기 어려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를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득도했다고 말하고 있는 '達哉樂天行' (달재낙천행)이라는 시를 어떻게 해석해 보아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역시 나는 도와는 거리가 먼 문외한이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 뿐이다.

김천화가 주영기 최근 개인전 전시작품 촬영


읽으면 읽을수록 이 얼마나 진솔하면서도 유유자적하고 자신만만한 백낙천다운 詩인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시다.
호탕한 그의 여유만만함이 그저 부럽다.
정말 존경을 표하는 바입니다.

백락천 시선집, 권영한 編譯. ;책표지


達哉樂天行 (달재락천행)

(전략)
ㆍㆍㆍ ㆍ ㆍㆍ ㆍ ㆍㆍㆍㆍㆍㆍ
吾今已年七十一오금이년칠십일
眼昏鬚白頭風眩안혼수백두풍현
但恐此錢用不盡단공차전용부진
卽先朝露歸夜泉즉선조로귀야천
未歸且住亦不惡미귀차주역불악
飢飡樂飮安穩眠기손락음안온면
死生無可無不可사생무가무불가
達哉達哉白樂天달재달재백락천

내 나이 이미 칠십일세라
눈 어둡고 수염은 세고 정신흐리니
단지 걱정은 이 돈 다쓰기도 전에
아침이슬보다 먼저 가는가 함이라
죽지 않고 좀더 사는 것도 역시 나쁜 것은 아니니
배고프면 먹고 즐거우면 마시고 편히 잠자고 하면
죽는것 사는것도 모두 그리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라네
아, 진리에 달통하여 스스로 득도했구나, 장하도다 백낙천.
ㅡ 達哉樂天行
(달관하여 득도하였도다, 백낙천)


그는 도림선사와의 일화를 평생 잊지않고 몸에 새겨, 관직에 있을때나 물러나 야인으로 생활할 때나 한결같이 이치에 맞게 처신했고, 그로 인해 마음속의 깨친 바를 붓을 들어 진솔하고도 자신있게 자연을 노래하고 술을 노래하고 친구를 노래했다.


또 한편으로는 인생의 허무와 생로병사와 빈천부귀의 안타까움을 노래했고, 백성은 안중에도 없는 고관대작들의 사회부조리를 풍자 고발하기도 하며, 어쩔 수 없는 야속한 세월과 세상 풍파를 노래하기도 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부정부패나 부정축재에 의한 황금만능은 백거이 시대나 일 천년도 더 지난 오늘날이나, 인류역사에 있어서 만연한 공통된 현상인가 보다.


당시의 소위 중앙 고관대작의 사치풍조와 부패 타락상을 통렬하게 고발한 '秦中吟진중음' 10수 중 '상택' 한 편을 살펴보자.


傷宅(상택)
누구의 집인지 저택이 서있네
대로변 붉은색 대문들
큰 건물이 빗살같이 즐비하고
바깥은 높다란 담장을 두르고 있네
예닐곱 넓은 집채 줄줄이 늘어섰고
한 채에 백만금도 넘는 집들이구나
···
주인장 이 가운데에 앉아
십 년 넘게 고관대작 지내었다네.
주방에는 고기 썩는 냄새 진동하고
창고엔 돈 꾸러미 꿴 끈이 썩는다.
ᆢᆢ
그대도 어찌 가난한 친척 없겠는가
모질게도 그들 빈궁은 구하지는 않고
어이하여 제 한 몸만을 위해서
천 만년 동안 혼자서 호강누리고자 하는가?
ㅡ 傷宅(호화 저택을 슬퍼함)



다음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對酒 二'(대주 이) 詩를 소개한다.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 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낙
不開口笑是癡人 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뿔위에서 다툰들 무엇하리
전광석화처럼 짧은 시간 몸담고 사는 세상
잘살고 못사는 것 다 분수대로 즐기며 살아야지
입벌려 웃지 못하면 그대는 바보!
ㅡ 對酒(술을 권하는 詩다)


평소 입벌리고 크게 웃지 않고 살다가 죽으면, 죽어서 어떻게 되는지는 다음 詩가 알려준다.

베이징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천출신 최민호


放言 三(방언 삼)
(전략)
...
北忙未省留閑地 북망미생류한지
東海何曾有定派 동해하증유정파
莫笑賤貧誇富貴 막소천빈과부귀
共成枯骨兩如何 공성고골량여하

북망 산천 묘지에는 공터는 없고
동해엔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네
빈천 비웃지 말고 부귀를 자만말게
죽어서 뼈만 남으면 모두가 똑같은 것 아닌가?
ㅡ 放言( 내 마음대로 하는 말)

시인 이성환의 연꽃



http://naver.me/xOvxnYn2

사모바위

[정의] 경상북도 김천시 양금동 하로마을의 모암산에 있는 사모(紗帽) 모양의 바위. [개설] 사모바위는 하로마을 모암산(帽岩山) 동남쪽 정상에 있는 사모 모양의 바위로서 주민들이 와서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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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양천리 하로마을 현지의 사모바위(우)와 할미바위(좌)


http://naver.me/x22jvJIt

「할미바위 이야기」

[정의] 경상북도 김천시 양금동에서 할미바위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할미바위 이야기」는 수호신 할미가 깃들어 있다는 암석 유래담이자, 할미바위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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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공원 사모바위형상과 김천출신의 조선성종 영남학파의 거두 김종직 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은 다 잘 될 것이다 하고 살아가자!
그러니 웃으며 살자!
자유롭게 살자!
대자유인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대문장가 백락천 백거이처럼.


適意(적의)
(전략)
...
置心世事外 치심세사외
無喜亦無憂 무희역무우
세상 밖의 일에 마음두지 않으니
기쁜 것도 또 근심스런 것도 없네
...
人心不過適 인심부과적
適外復何求 적외부하구
사람 마음에 모든게 다 잘되었으니
그 외에 또 무엇을 구하리
ㅡ 適意( 마음 먹은대로 모든 일이 다 잘 되었음)
(*필자註 ; 위에 소개한 시 모두, 권영한교수의 편역본을 참조하여
박어상 필자가 의역하였습니다)


백거이의 묘지명은 다음과 같이 그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 밖으로는 유가의 행동으로 자신의 몸을 닦고,
안으로는 석가의 가르침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옆으로는 산수와 풍월과 시가와 음주로서 그 뜻을 즐겼다”


벽화마을을 순례하고 나면 인근 황금시장 장터에 가서 전통시장 5일장 구경을 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인생맛집 '인생설렁탕 ㅇㅇㅇㅇ점'에 가시면 부담없이 금강산 식후경을 해소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