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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 2 - 왜 살아야 하는가?

해파랑길 2022. 1. 17. 22:08

(전편에 이어)
오늘은 해파랑길 4코스(울주군 서생면 간절곳 소망길) 새벽 산책 일출 해맞이와 해파랑길 8코스(울산시 방어진 대왕암과 해안산책로) 일부 구간을 걸었다.

해맞이 산책길 - 간절곳소망길


역시 본격적인 걷기는 먹는 것부터 시작하는게 순서입니다^^
아침은 처형께서 특별히 만들어 주신 밀푀유나베 요리였다.
종전에 집에서도 먹어봤지만 역시 여행 중에 먹는 맛이 일품이다.
밀푀유나베는 프랑스어 '밀푀유(mille feuille, 천 개의 잎사귀라는 뜻)'와 일본어 '나베(なべ)'의 합성어이다. 퓨전 일식으로 배추와 깻잎, 고기를 겹겹이 겹친 전골 요리인데, 완전 내 스타일~ 최고의 아침이었다.
(깜빡하고 사진을 패스🤣)

빌라에서 조식후 처형이 준비해 온 후식 ㅡ 홍차와 무화과잼, 겉바속촉 스콘♤


그러면,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요?
역시 정답은 없습니다.
아니 없다기 보다는 사람마다 답이 다르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필자는, 삶은 죽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말이 되지 않는 억지 말이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궁즉변하면 변즉통 하듯이 극과 극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일출맞이 산책길 - 간절곳 소망길


필자의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세상에 왔다 간 수많은 선각자, 현자와 성인들의 사색과 통찰을 통하여 살펴 보건데, 그 누구도 우주의 한 영역에 있어서 삶에 관한 진리를 인간의 삶을 '이 길만이 정답이다' 하고 어느 하나로 딱 획일화시켜 놓은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필자의 화담숲길 여행

간절곳에 세워진, 세계적 해넘이 명소인 포르투갈 리스본 호카곶의 상징물인 ‘카보 다 로카’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 -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글귀가 새겨진 기념비


그러니, 당신이 걷고 있는 그 길이 가난하다고 힘들다고 외롭다고 허무하다고 아프다고 늙는다고, 종국에는 죽는다고 너무 실망하거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때의 그분들도 지금의 다른 분들도 모두가 비슷한 환경이고 똑같은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삶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죽음은 삶과 동일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소중합니다.
죽음을 욕되고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순간을 바르고 가치있게, 소중하게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가본 간절곳에서의 장엄한 일출 접견 - 무언가 간절한 소망을 빌었다!


''그렇지만 인생이란 그런 게 이니야. 너는 아직 사람이란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조차도 모르고 있다''
''그래요. 사람이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제. 이 물고 뜯고 하는 마당에서 살자면, 생명만이라도 유지하지면 어떻게 해야 할는지는 알 것 같애요.''
ㅡ오발탄, 이범선, 현대문학 1959년 10월


오늘도 우리들은 소설 '오발탄'에서 처럼, '아들구실. 남편구실. 아비구실. 형구실. 오빠구실.' 등으로 '해야할 구실이 너무 많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조물주造物主의 오발탄 誤發彈인지도' 모르게 이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습니까?
우리들의 나날이 불행과의 연속이라 하더라도, 불행의 끝은 행복이라는것을 믿으며 우리는 겨울을 이겨내는 인동초처럼 살아 남아야 합니다. 어쨌든 소설 오발탄에서 얘기하듯이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 잘 모르지만, 필자인 나는 그래도 생명을 유지하며 존재의 의지를 가지고 죽을 때까지 아직은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애써 여러분에게 강조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삶이 종국엔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아직은 살아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요!

간절곳 표지석

국내최대규모의 소망우체통


그러니 여러분, 어쨋든 힘내시고요!
삶은 살만한 순례이니까요..
오늘은
삶과 죽음의 역학, 그 연결고리에 관한 것들에 관하여 여러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들을 인용하여 살펴볼까 합니다.

조식 후 대왕암가는 길에 다시 들린 간절곳에서의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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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때 아니라, 지금은 그때 아니다.
그러나 보라!
살과 혼
화려한 오색의 빛으로 얽어서 짜놓은
薰香훈향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검은 옷을 해골 위에 걸고
말없이 朱土주토빛 흙을 밟는 무리를 보라.
이곳에 생명이 있나니
이곳에 참이 있나니
장엄한 漆黑칠흑의 하늘, 경건한 주토의 거리
해골! 無言무언!
번쩍거리는 진리는 이곳에 있지 아니하냐.
아, 그렇다 永劫영겁위에
(후략)
ㅡ 사(死)의 예찬(禮讚),
박 종화(1901~1981)

대왕암공원ㅡ대왕암가는 4개의 산책길 중 사계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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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삶은 곧 죽음이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인생은 희미하게 떠 있다 사라지는 새벽별이나 풀잎에서 증발하는 아침이슬처럼 허무해 보일 수 잇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사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살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자, 죽음은 걸치고 있던 무거운 옷을 벗는 것처럼 가볍고 친숙한 것이다.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처럼 죽음 뒤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자. ===배명복,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처럼 아무 흔적도 남기지 말자.

금빛 태양, 쪽빛 하늘,구릿빛 바위, 은빛 파도, 잿빛 몽돌 자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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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결국 어떻게든 죽는 법.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이 세상에 순례자로 왔다가 또 가는 것이니라.
죽음은 세상의 모든 슬픔을 끝내도록 해 주는 것이란다.
ㅡThe Canterbury Tales 중 '기사이야기', Geoffrey Chaucer, 최예정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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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과 삶이 모두 불완전한 사람들과 부닥치며 산다. 그러나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는 사람들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든 바로 그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른다. 소란스런 삶의 방해와 혼선 속에서 그 사랑을 구별해 낼 수 만 있다면, 누군가 우리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입히기 전에 이미 그 사랑이 우리에게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랑은 우리가 죽은 뒤에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 Henri Nouwen(헨리 나우웬), Turn my mourning into dancing(춤추시는 하나님)

용추수로-대왕교 아래의 수로로 용이 해중으로 잠겨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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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이 본드에게 흐느끼며 말합니다.
'마틸드가 당신 눈 색깔을 닮았어요'
본드는 한없는 그리움으로 답합니다,
'나도 알아.'
마틸드는 흐느끼며 마지막 작별을 고합니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본드도 마지막 답을 보냅니다
그리고, 본드는 미사일과 함께 공중 분해 폭발하고 맙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자기 눈을 닮은 딸을 더이상 만나보지 못하고..
ㅡ 영화 '007 노타임 투다이'를 보고, 필자 후기

대왕암 바위 정상ㅡ사방의 기운이 용의 웅장한 자태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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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입무수겁 개실도피안 무량겁일념 일념무량겁.
(深入無數劫 皆悉到彼岸
無量劫一念 一念無量劫)
수없는 겁에 깊이 들어가서 모두 다 피안에 이르니 /
무량겁이 일념이고 일념이 무량겁이로다.

화엄경 이세간품에 나오는 경이다. 필자는 감히 해석컨데 바로 지금의 순간이 모든 시간과 공간에 두루하니 단지 지금만 생각하라는 뜻으로 읽는다.

갖가지 바위색이 짙푸른 동해 바다색과 대비되고 어우러져 형형색색으로 빛난다 ㅡ 대왕암에서 본 초입부의 울기등대


자장(慈藏) 율사는
출가의 원에서 이르기를
“내 차라리 하루라도
계를 지키고 죽을지언정
백년을 파계하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吾寧一日持戒而死
不願百年破戒而生)”(‘삼국유사’) 며,인간의 삶이 죽음과 연결되어 하루와 백년이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살아도, 영겁의 무량겁을 살아도 그 시간은 동등한 것임이 분명하다는 뜻이니 굳이 그 나머지의 죽음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이것을 공감하지만 그 이치를 여러분에게 전할 필요가 없고, 여러분 또한 느끼실테지만 다만 묵언의 수긍하에 침묵할 뿐이라 믿는다.

용이 승천하며 파도가 용솟음친다.


불교 화엄경에서 ‘강은 물을 버려야 바다로 간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는다’고 했다.
나는 감히 이렇게 바꿔 쓰고 싶다.
'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를 만날 수 있고, 꽃은 나무를 버려야 열매를 남긴다.'고.
그런데, 어제는 오늘이 아니고, 오늘은 내일도 아니다.

나는 지금 단지 순례길, 해파랑길, 만사형통의 길을 걸을 뿐이다.

대왕암 ㅡ슬도 간의 해안 산책로


<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렇게 보내줘서 뭐라 고맙다 말해야 할지 모르겠소. 미리 써두는것이기는 하오만 당신을 믿고 있소. 당신이 좋았소. 난 행복했던 사람이오. 조금 일찍 간다고 가여이 여기지는 마시오. 고운 당신, 착한 아이들, 좋은 친구들, ... 특히 한사람, 당신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하오.
아이들을 잘 길러주시오.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말이오.
사람 냄새가 그리운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오. 메마른 이 세상, 우린 사람으로 남읍시다. 당신과 아이들이 사람 냄새를 그리워할까 염려되오. 그러나 둘러보면 많이 있을 거요.
그래서 나는 이제 마음놓고 눈을 감을까하오....
정말 사랑했소.> ㅡ 아버지, 김정현, 문이당刊


몽돌이 있는 해변 - 순 우리말로 너븐개라 한단다.(고래를 이곳으로 몰아와 잡던 곳이라 함)
흑빛과 잿빛이 어우러진 형형색색의 몽돌
인생은 끝없는 도착이다. 그래야 또 출발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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