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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다반사 2 - 전설과 신화를 넘어

해파랑길 2022. 1. 25. 19:21

일상생활에서의 평상심은 곧 깨달음의 마음과 연관되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茶차 한잔이 커피 한잔이 일상생활이 되고, 그 日常은 차 한 잔 커피 한잔으로 平常心평상심을 추구하고 회복한다.

그것이 곧 茶飯事다반사의 유래다.
커피를 밥 먹듯이 한다 그 말이다. (그런점에서 우선 가장 먼저, 열악한 농장현장에서 힘과 정성을 다하여 양질의 커피를 재배 생산 판매하는 모든 커피 관계자 농민ㆍ 노동자 분들의 노고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이 글을 쓴다.)

필자의 커피^^
생강차와 원두 커피 ; 필자

중국 당나라 시대의선승禪僧으로 大禪師 曹州조주가 한 말을 모은 책 조주록 <趙州錄>,
<조주진제선사어록>趙州眞際禪師語錄에 다반사 喫茶去끽다거 이야기가 나온다.

허영만화백의 40주년 기념작, 커피 한잔 할까요?; 책 표지

조주선사는 茶차를 즐겨 마셨다. 때문에 절을 찾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차를 권했다.
조주가 그의 나이 80세부터 120세에 입적할 때까지 줄곧 머물렀던 관음원觀音院에 있었을 무렵, 수행자들이 그를 찾아와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불법佛法의 큰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에 조주 선사는 대답 없이 되물었다.
"이곳에 온 일이 있는가?"
수행자가 대답했다.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면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喫茶去)"

또 절에 오는 탐방객에게도
“당신은 여기 몇 번째 온 거요?”
“처음입니다.”
“그렇소? 차나 한잔 들고 가시오.”

곁에 있던 또 다른 수행자가 물었다.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큰 뜻이 무엇입니까?"
조주는 그에게도 똑같이 물었다.
"이곳에 온 일이 있는가?"
''예, 한 번 있습니다."
이에 조주는 다시금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喫茶去)"

얼마 뒤 또 다른 참배객이 왔다.
“당신은 여기 몇 번째 온 거요?”
“여러 번 왔었지요.”
“그렇소? 그럼 차나 한잔 드시오.”

이러자 옆에서 차 시중을 들던 시봉 스님인 원주院主스님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 스님. 스님께서는 처음 온 수행자에게나 여러 번 온 참배객이나 모두에게 ‘차나 한잔 들고 가시오.’라며 권하시니 무슨 까닭이십니까?”
이 말을 들은 조주가 말했다.
“아! 내가 그랬던가? 원주, 자네도 차나 한 잔 들고 가시게(喫茶去)”

이 이야기는 불가에서 전해 오는 유명한 이야기인데, 그만큼 차 마시는 일은 옛사람들의 친숙한 일상사였던 것이고, 지금은 그 차가 커피로 대신하여 가히 커피가 일상 다반사가 되었다 .

허영만화백의 40주년 기념작, 커피 한잔 할까요?


오늘은 다시 커피가 걸어온 그 신화와 전설 속으로 순례를, 인문학적인 순례를 가보고자 한다.(*필자가 다양한 책자를 통한 자료를 압축하고 필자의 의견을 가미한 것이므로, 아래의 내용중 일부는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커피로 치면 오리지널 원두커피가 아닌 잡다한 브랜드를 막 섞어놓은 믹스 커피라 하겠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거나 세상사를 이야기 하며, 사람간의 관계를 소통하는게 글자그대로 '다반사'가 되었다. 이렇고 저런 이야기 속에 커피는 저마다의 스토리텔링을 엮어내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이우환作 ; 관계항ㅡ좁은문, 2015/철판, 자연석


''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마셔라.
싱글 오리진이든 블렌드이든 설탕과 크림을 넣은 커피든 중요하지 않다.
커피보다는 커피로 연결된 사람들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 브론윈 세위나
(2004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허영만화백의 40주년 기념작, 커피 한잔 할까요?

커피의 기원시점은 대체로 7세기 초로 특정되지만 알다시피 그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說설이 병존하고 있다는 것은, 커피 그 자체가 미스테리를 가진 신화와 전설적인 이야기꺼리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커피의 주요 기원설은 칼디, 셰이크 오마르, 마호메트, 이디오피아 유래설 등이 그나마 유력한데 압축하여 간추려본다.

허영만화백의 40주년 기념작, 커피 한잔 할까요?

커피에 대한 'Kaldi의 전설'은 커피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마치 정설처럼 되어있으나, 진즉 칼디가 예멘인지 에티오피아인지 어느 시대 사람이고, 언제부터 커피씨를 볶는 법을 깨우쳤는지는 알 수가 없다. 기록상으로는, 1587년 세이크 압달 카디르가 쓴 프랑스국립도서관 문헌에 칼디를 이집트 또는 에티오피아 북부지방의 염소지기라고 소개하면서, 한 수도원 원장이 칼디에게 받은 커피 열매를 수도사들에게 달여주어 밤새 기도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ㅡ허영만화백의 40주년 기념작, 커피 한잔 할까요?

또 '셰이크오마르Sheik Omar'에 대해서는 1258년이라고 시기를 못박으면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커피 열매를 달여 마신 사연을 적었다. 이것이 '셰이크 오마르의 전설'인데, 그는 아라비아의 이슬람 승려로서 모카國의 공주를 사랑하였다는 죄로 오자브라는 산으로 추방되었는데, 배가 고픈 나머지 어느날 새가 쪼아먹고 있던 이름모를 빨간열매를 따먹고는 그의 심신이 활력을 얻게 되었다. 그후 커피나무로 부터 약제를 조제하여 많은 사람을 구제하게 되었고 마침내 그 공로로 죄가 사면되고 성자로 까지 추앙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허영만화백의 40주년 기념작, 커피 한잔 할까요?

마호메트가 동굴속에서 고행할 때 거의 죽을 지경이되었는데 꿈에 대천사 가브리엘의 권유로 빨간열매 즉 커피열매를 따 먹고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여기서 건강회복은 각성제의 효과가 아닐까생각된다;필자註)는 이른바 '마호메트 기원설'은, 그 출처를 기록상으로는 알 수 없는 바 아마도 무슬림들 사이에서 구전된 신화인 듯하다. 무슬림들은 커피가 '마호메트를 살린 신의 음료'로 알고 있는데, 마호메트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커피의 기원지는 에티오피아나 예멘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인 셈이다.


현재 예멘의 수도 사나Sanna의 동쪽 지방 고지대에 마리브 사막지대에 시바왕국이 있었고, 그 왕국을 다스리던 시바의 여왕
Queen of Sheba
(*성경에는 스바여왕이라고 나옴;필자註)이 예루살렘의 솔로몬 왕을 방문해서 유대교로 개종하게 되었고, 커피나무를 선물로 주어 둘 사이에 왕자가 잉태되는데 그가 훗날 예몐의 시바인들을 이끌고 에티오피아의 악숨으로 돌아와 수도를 정하고 초대 황제 메넬리크 1세가 되었다. (*성경에 의하면 솔로몬왕에게도 아들이 있었는 바, 메넬리크가 초대 황제가 되었다는 것은 에티오피아 측의 주장일 뿐이라는 설도 있다; 필자註)
이처럼 에티오피아는 시바 왕국에서 나왔으며, 홍해를 사이에 두고 양편으로 나뉘어져 있는 에티오피아와 예멘 지역 모두 시바 왕국의 영토였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상의 여러가지 구전이나 코란이나 구약성서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처음 발견한 칼디의 고향이 예멘이냐 에티오피아냐를 따지는 것은, 커피 인문학적 관점에서 볼때 신화나 전설이 가진 아름다운 미스테리의 여백을 기어이 허구라고 들추어 내려는 재미없고도 어리석고 무의미한 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이것이 정녕 커피인지 아닌지를 의심하며 마시는 이는 없는 것 처럼 말이다.


커피의 기원에 대한 인류의 첫 기록은 이탈리아 로마대학 언어학 교수인 나이로니Antoine F. Nairon가 1671년에 발표한 세계 최초의 커피 논문 <커피에 관한 토론> 인데, 여기에 커피의 기원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이 논문의 점은 커피 기원지역이 에티오피아가 아니라 배경이 예멘이며 목동의 이름인 칼디는 나오지 않으며 목동이 돌보던 동물도 염소가 아니라 낙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1922년 커피의 기원을 심도있게 추적한 월리암 우커스William Ukers가
'All About Coffee 올 어바웃 커피'란 책에 ''이슬람 수도승이 칼디가 준 커피열매의 쓰임새를 몰라 불에 내던졌는데, 기분 좋은 향이 나자 볶은 콩을 갈아 따뜻한 물에 타서 먹었다.''라는 책의 이야기를 실으며, '칼디와 춤추는 염소들'이라는 삽화 두 장을 인용하면서부터 칼디라는 목동이 등장하고, 낙타 대신 염소가 커피기원의 전설의 주인공인 것 처럼 정설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커피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지역에는 칼디 전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니, 외부에서 에티오피아로 유입된 전설로 아마도 관광자원으로서 활용키 위해 만든 미화된(?)전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커스의 책에 인용된 염소목동 칼디와 춤추는 염소 삽화

기원 후 900년쯤 페르샤의 의사 라제스Rhazes는 '의학전범'에서 커피를 '분첨bunchum'이라 하고 ''커피는 사지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맑게 한다. 커피를 마시면 좋은 체취가난다.''고 최초의 기록을 남기고 있으며, 11세기 초 무슬림의 의사이자 철학자인 이븐시나Ibn sina는 커피나무와 생두를 '분', 그 음료를 '분첨'이라고 구별한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커피의 기원지가 에티오피아임을 증거하는 중요 기록인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 내용과 달리 15세기 이전의 커피 음용설은 사실이 아니며, 잘못된 해석이라는 반론도 많다고 한다. )
위 기록들을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은 바로 나이로니교수였다.

필자가 참조한 책들의 표지

(*자료 참조 ; 커피인문학, 박영순,
인물과사상사刊
커피 세계사, 이길상, 푸른역사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