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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다반사 3 - 커피 역사 탐방기

해파랑길 2022. 1. 26. 21:09

커피는 원래가 음식이었다.
그러다가 기호음료로 개발되었다.
인제는 다시 단순히 '마시는' 기호음료로서 뿐 아니라, '먹는' 필수품 음식이라고 필자는 일찍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전문책자에서도 이미 이런 고증이 많은 걸 알고 나의 어설픈 무지함에 스스로 고소를 금치 못하겠다 .
좌우지간 '커피 마실래'라고 말하는 것이나 '커피 먹을래'라는 말이 동등하게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음을 보더라도 커피는 인제 당당한 음식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커피 다반사다.
(그런점에서 우선 가장 먼저, 열악한 농장현장에서 힘과 정성을 다하여 양질의 커피를 재배 생산 판매하는 모든 커피 관계자 농민ㆍ 노동자 분들의 노고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이글을 쓴다.)

필자가 먹는 원두커피 by 머신
커피화가(?) karen Eland - 커피음료 1가지로 그림을 그리는 미국의 현대미술가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 등을 비롯한 커피 유명 카페가 일제히 커피값을 올린다고 한다. 커피값이 오르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커피값 역시 밥상물가라는 점에서 굿 뉴수가 아닌 베드 뉴스라 대단히 유감이다.
커피가 다반사인데, 커피값마저 천정 부지로 오르면 정말이지 공정치 못한 커피 가격에 의해서 커피의 선호와 커피 본연의 가치가 혹시 왜곡ㆍ훼손되지나 않을까 우려치 않을 수 없다.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패러디ㅡ커피화가 karen Eland作ㅡ역시 소녀는 두 손에 커피 를 들고 있다.


커피를 처음 먹은 것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 카파지역 원주민들은 커피 열매를 음료가 아니라 음식으로 대했고, 지금도 고지대 유목민 오로모족에게는 아직도 음식으로 먹는 관습이 일부 전해지고 있다고 하며, 커피콩뿐 아니라 잎이나 껍질도 음료 재료로 활용하며 죽을 만들어 먹거나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에티오피아는커피와 함께한 문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분나 아보 나오 Buna dabo naw''는''커피는 빵이다''라는 뜻이고, ''분나 테투 Buna tetu''는 직역하면 ''커피를 마시다''는 뜻이다.>
( _커피세계사,이길상)

인류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지 거의 1,000여 년 만에 '달이기'의 한계를 벗어나, 1711년경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주전자에 '우려내기'를 시작하면서, 18세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인류가 드디어 제대로 된 커피의 향미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패러디ㅡ커피화가karen Eland作 ㅡ커피 마니아 고흐답게 커피를 들고 있다.


커피coffee와 이를 마시는 공간인 카페cafe는 어원이 같다. 커피가 처음 발견된 에티오피아의 지명인 카파Kaffa에서 따왔다는 설, 기운을 북돋우는 커피의 효능에 주목해 아랍어로 힘을 뜻하는 카와kahwa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이슬람교도들은 술 대신 커피로 대리만족 하느라 아랍어로 포도주wine를 의미하는 카와qahwa의 발음이 커피로 변했다 설도 있는데, 17세기 초 커피를 처음 접한 유럽인들이 커피를 아라비아의 와인이라며 '카와'라고 불렀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커피를 인도와 페르시아에 팔기 시작한 것이 1618년경이었는데, 당시 상인들에 의해 커피 coffee, 코파coffa, 코와cowha, 카후 cahoo, 혹은 모카mocha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런던을 중심으로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고 커피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고, 1650년쯤 Henry Blount 경이 처음으로 커피라고 칭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The drinker' 패러디 ㅡ 커피화가 karen Eland作 ㅡ커피가 아닌 술병을 들고 있다(이것은 커피가 아닌 맥주로 그린 그림이란다!)


커피 역사는 구전과 신화와 전설을 오가며 진전되고 탐구되어 왔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나일강 루트를 통해 이집트로, 또 하나는 홍해를 건너 예멘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중심으로 이슬람권에 커피를 널리 퍼뜨린 일등 공신은 신비주의 수피교 수도승들인데, 이들은 그들의 종교의식 '수피댄스'를 추기 전에 빨간색 커피잔에 커피를 따라 돌려 마시며 '신과의 합일'을 도달하기를 원하며 커피의 기운을 얻어 무아경에 빠져들었다.
이슬람권에서 800년간 이어졌던 이 '세마의식Sema Ceremony'는 아랍지억의 커피 전파에 지대한 역할을 했고,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까지 되었다.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 패러디 ㅡ 커피화가 karen Eland作ㅡ 아버지와 딸 중, 아버지만 커피를 들고 있다.

커피를 처음으로 재배한 곳으로는 예멘이 정설인데, 모두 항구도시 모카Mocha를 통해 메카 등지로 수출되어, 모카항은 커피의 대명사가 되어 지금까지도 '모카'는 커피를 통칭하는 말로 통하게 되었고, 당시 커피 이용자들의 커피 맛과 향의 표준이 되었다.
모카는 예멘에서 생산되는 커피전체의 이름, 모카를 통해 수출되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포함한 아라비아 반도 전체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이름에서 출발하여 '모카=커피' 그 자체를 의미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커피가 부의 원천이 되자 예멘은 커피나무가 타국에 유출되지 않도록 커피 생두에 열을 가해 번식력이 없게할 정도로 철저히 관리했고, 드디어 15세기 후반 메카에서는 '카페 카네스'라 불리는 커피 하우스가 처음으로 생겨났다고 전한다.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패러디ㅡ 커피화가 karen Eland作 ㅡ눈썹이 없는 것은 같은데, 오른손에 커피를 든 모나리자의 모습이 이채롭다.

커피가 15세기 아라비아반도와 이집트를 거쳐 오스만 제국에 의해 16세기 초 유럽에 전해졌을때, 당시 로마사제들이 교황에게 진정을 넣어 자기네 기도교인들이 사탄의 음료인 이슬 람의 커피를 마시는 것을 금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교황 클레멘스 8세Clemens Vlll 가 커피를 맛보고는 '이렇게 좋은 음료를 이슬람교도만 먹게할 수 없다'며, 이슬람의 음료인 커피에 축복 세례를 내리고 유럽의 기독교인들에게도 음용을 허용했다고 전해진다.
아! 커피가 세례를 받다니 실로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DZr1ibaFE_4

오스만제국의 군악대 Mehteran-세계최초의 유럽원정 터키 군악대?


오스만 투르크제국이 16세기 예멘을 점령 후 차례로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커피가 전해졌고, 체즈바라는 손잡이 달린 도구에 거품이 나게 끓여 마시는 특이한 방식의 이른바 '터키시 커피
Tutkish Coffee' 음용법으로 뿌리를 내리게 되어, 터키커피의 이런 고유 전통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또 오스만제국이 유럽을 침공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원정을 격려할 때 커피는 중요품으로 지급되어 각성효과를 더하였고, 처음으로 군대음악이 도입되어 커피와 음악이 교류하여 음악에서 터키풍으로 연주하라는 '알라 투르카'라는 용어가 생겨나 오래동안 유행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터키풍 행진곡인데, 오스트리아군과 터키군의 전쟁이 끝난 한참 후 1780년경에,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Mozart는 피아노 소나타11번의 마지막 제 3악장인 일명 '터키행진곡'을 작곡했다.
그 밖에도 커피와 음악의 만남은 더욱 활기를 띠어 라이프치히에서 문을 연 '아라비아의 커피나무'
라는 이름의 카페는 슈만이나 바그너 등의 수 많은 음악명사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https://youtu.be/VK_8IuPGx6g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1683년 오스만터키군이 기독교국 오스트리아의 빈Wien을 침략 후 패전하며, 퇴각하면서 500자루가 넘는 커피를 전리품으로 남겼다.
이 커피를 가지고 폴란드출신의 '콜시츠키Kolschitzky'가 커피 판매사업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빈에 커피를 처음으로 전파 한 시초라고 하며, 많은 글에서 콜시츠키를 커피를 유럽에 전한 영웅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이를 후세에 전해진 창작스토리로 규정하는 일본의 탄베 유키히로의 주장도 있다.( 그 이전에 1655년경 오스만의 술탄 메흐메드 4세는 오스트리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사를 파견하여 커피를 대접한 것이 오스트리아에 커피가 전해진 최초의 전례가 있다)

서울 명동 비엔나 커피전문점 카페 '가무' 에서 제공하는 아인슈페너
아메리카노 위에 차가운 생크림 휘핑크림을 듬뿍 얹은 비엔나커피ㅡ사진출처 네이버

또 재미있는 것은 오스만과 오스트리아군의 전쟁통에, 마부들이 출정시 흔들리는 마차에서도 커피가 넘쳐 흘리지 않고도 먹을 수 있도록 설탕과 생크림을 얹어 먹었는데, 이때부터 '마부의 커피'를 뜻하는 '아인슈패너Einspanner(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커피' 가 유행했다.
비엔나는 빈의 영어식 표현이고, 이로부터 훗날 우리가 말하는 '비엔나 커피'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 실제 빈 현지에서는 '비엔나 커피'라는 커피 제품명은 없다고 한다 ; 필자註)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패러디 ㅡ karen Eland作

1686년 프랑스에서는 최초의 커피카페 '카페 르 프로코프'가 문을 열어 루소, 빅토르 위고, 아르튀르 랭보, 볼테르 등의 계몽사상가들의 아지트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볼테르는 그의 주치의가 ''죽을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40~50잔의 커피를 마셨으며, ''커피가 독이라면, 그것은 느리게 퍼지는 독毒일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84세까지 장수했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


1732년경, 종교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J.S. Bach바흐는 커피 애호가로서 당시의 커피문화를 음악에 담아냈다. 그가 정기 연주회차 다니는 라이프치히에 있는 짐머만 카페를 위하여 '커피칸타타'라는 곡을 작곡했는데, 이것은 당시의 독일 여성들 사이에서의 커피 유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 동시에, 사실상 최초의 카페 광고 음악이 되었다. 그 가사의 내용은, 커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딸 리스헨과 그것을 못마땅히 여기는 그녀의 아버지 슐렌드리안의 다툼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낸 아리아 곡으로 '커피 칸타타Coffee Cantata'로 알려진 <Cantata BWV 211> 이다.
(''애를 낳아 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없어. 그저 속상한 일들만 가득 생긴다니까''라고 푸념을 늘어놓는 아버지, ''커피가 천 번의 키스보다 사랑스럽고 향기로운 포도주보다 부드럽다니까''라고 응수하는 딸사이의 줄다리기ㅡ그 승자는 역시 커피를 사랑하는 딸이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
바흐는
''모닝커피가 없으면, 나는 그저 말린 염소고기에 불과하다 ''는 커피마니아다운 흥미로운 말을 남겼다 .
루소는 그의 자서전 <고백록>에서 후견인이자 연인이던 바랑부인과 아침 산책길에 우유를 탄 커피를 함께 마실 때 가장 행복했다고 고백하며, 죽는 순간 유언하기를 ''아, 이제 커피잔을 들 수 없구나''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제임스 M.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아래는 J.W.워터하우스의 '샬롯의 여인' 패러디ㅡ Karen Eland 作 ㅡ자세히보면 모두 손에 커피를 들고 있다는게 원작과 달리 흥미롭다
原作
原作

나폴레옹Napoleon을 정계에 진출시키고 외교장관에 오른 프랑스의 정치가 탈레랑
Talleyrand은 ''커피의 본능은 유혹이다.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라고 커피에 대한 찬사를 읊었다.


나폴레옹도 즐겨다니던 카페에서 커피값을 치를 형편이 못 될 때는 모자를 맡기면서까지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 마니아였으며, 1804년 프랑스 황제 가 된 후 기독교 국가로는 처음으로 커피를 군대 보급품으로 지급했다.
나폴레옹이 퇴위당하여 1815년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6년간 누추하고 외로운 삶을 살면서도 오로지 커피만은 가까이하여 은주전자에 담아 마셨다고 하며, 1821년 거실의  야전침대에서 사망할 때도 커피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생전에 ''세인트 헬레나에서 유일하게 좋은 것은 오직 커피다''라고 말할정도로 커피를 사랑했다.

필자의 커피~블로그를 쓰면서^^


괴테도 하루에 커피 20~30잔을. 마셨는데, 커피 중독에 대한 주변의 걱정에도 83세까지 장수했다. 괴테의 시 '마왕'을 곡으로 만든 독일의 가곡왕 슈베르트도 그의 낡은 '원더 커피 그라인더'를 '재산목록 1호'라고 자랑할 정도로 커피 애호가였다.
슈베르트의 가곡 <죽음과 소녀 >는 그가 커피를 갈며 그 향기를 감상하다가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쓴 곡이라 한다.

https://youtu.be/LCRWJa74bEk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Death and Maiden'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작품을 쓸 때 모닝커피용으로 손수 원두 60알을 골라낸 뒤 추출하게 했는데 그래서 커피에서 '60'은 베토벤 넘버라고도 불리우며, 묘하게도 오늘날 에스프레소 한 잔을 뽑는데 사용하는 양과 같은 양이라고 하니, 그의 음악적 신성은 커피에서 나온 것 같다.

20세기에 들어와 이탈리아의 루이지 베제라는 사람이 성질 급한(?) 이탈리아인답게 커피를 빨리 추출하기 위하여 증기압을 이용한 머신을 , 아킬레 가치아는 빠르게 크레마를 형성하게 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여, 그 때부터 드디어 소위 지금 말하는 '에스프레소 커피' 시대가 되었다.

자료 참조 책자 표지

(*자료 인용 및 참조 ; 커피 인문학, 박영순, 인물과사상사刊//
커피세계사,탄베 유키히로, 윤선해譯.//
커피세계사+한국가배사,이길상//
*Karen Eland 의 패러디그림은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