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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길 2 ㅡ 우신예찬을 가다

해파랑길 2022. 2. 27. 20:17


1510년 6월 영국의 어느 시골을 여행하며 토모스모어의 별장에 머물고 있던 네들란드 출생의 유럽인 에라스무스는, 토머스 모어에게 편지(후에 책의 서문에 실리게 됨)와 함께 처음으로 '우신예찬'의 필사본을 보냈다.

소가 소면 우신이 되고, 소가 쇠대가리면 현자가 된다 ㅡ 필자曰


''로테르담의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가 토머스 모어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 이를 당신에게 헌정하는바, 이 연설은 이제 나의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인 까닭입니다. ...
사실 심각한 문제를 허투루 논의하는 것만큼 경솔한 일도 없으며, 하찮은 문제를 경박하게 보일 정도로 심각하게 강변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남들은 나름대로 판단하겠지만, 전혀 어리석지 않게 어리석음을 칭송하였습니다. ...
그렇다면 묻거니와 사람들의 삶은 나무랐으되, 그게 힐난이라할 수 있겠습니까, 교화 내지 훈계가 아니겠습니까? 나아가 인간 종족 전체를 아울러 나무랐다면, 이는 개인이 아니라 인간 종족 전체의 잘못에 대한 지적일 것입니다.
...
왜냐하면 내가 화자로 삼은 우신은 우신다운 일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지극히 현명한 바보씨, 건강하기를 비오니, 당신의 우신을 호의로써 변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신예찬은 1511년 프랑스 파리의 쥘 드 구르몽 출판사에서 최초로 출판되었다. 그 후 몇 번의 개정판을 거쳐 1532년 니콜라우스 비숍에 의해 '저자가 재차 손을 본 최종본'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에라스무스 생전 마지막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보은 속리의 정2품송 - 천연기념물
보은 '정부인소나무' - 천연기념물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연설을 크게 법정연설, 의회연설, 예식연설(칭송.비방.추도 등)로 나누고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우신예찬은 예식연설에 속하며 그 중에서도 칭송연설에 속한다.
에라스무스는 우신예찬에서 '어리석음의 여신'을 등장시켜 '우신'이 이룩한 업적의 훌륭함을 칭송하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우신'이 우신 자신의 업적을 단순히 칭송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회와 종교와 세상과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있는 비방연설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그럴듯하며 현명한것 같지만 실제로는 현자
( 실제는 어리석은 사람)들과 그들의 말과 행위를 신랄한 비난과 공격대신에 웃음과 풍자로서 점잖게(?) 조롱하고 비판하고 있다.

진정한 현자들은 우신의 신자더러 바보멍텅구리라고 함부러 말하지 않습니다.


책의 제목 '우신예찬'은 희랍어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인데, 일찌기 국내 시중에서 우신예찬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라틴어를  번역하기에 따라서는 그말은 '바보스러운, 어리석은, 미련한, 우둔한, 미친 신을 찬양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역자에 따라서는
'바보 여신의 바보 예찬'
(차기태역,필맥刊)으로 이름한 책도 있다.

필자가 읽은 책 '우신예찬'의 譯者 김남우는 '바보스러운'과 '미친'이라는 두가지 뜻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단어로 '어리석은'이 제일 용이하다고 판단하여 본인의 번역본을 '우신예찬'이라고 이름 정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참고서적; 우신예찬, 에라스무스, 김남우譯.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