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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길 3 - 우신예찬을 읽다

해파랑길 2022. 2. 27. 20:55

인생은 한바탕 연극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대로 산다는 유행가가 있다. 잘 나서 잘 났다면 문제가 없다. 지위나 신분이나 계급이나 금력을 이용해 잘난 체를 하고 잘난 값을 해대는게 문제다.
그것도 연극을 해 가면서 말이다.
인생자체가 연극인데, 그 속에서 또 연기까지 해대는 현자야말로 우스꽝스러운 광대나 진배없다.
필자가 현자가 되질 못하니 마치 푸념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에라스무스는 일찌기 그렇게 연설해놓고 있다.

현자가 우신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함을 일러 마이독경이라 한다ㅡ필자註


현자는 바보를 나무라고 자기의 기준으로 이용하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현자더러 어떠한 비난도 등돌려 나무라지도 않는다.
현자는 그저 바보 등을 쳐먹을려고 나름대로 현명하게 잔머리를 굴려대어 고민이 많지만, 바보들은 그저 그자체로 순수하고 진실하게 대하여 늘 즐겁다.

에라스무스가 우신예찬을 펴낸 목적을, 저자 스스로가 우신을 내세워 행한 연설문
(아래 ''~'' 부분)을 통하여 이야기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우신이야말로
''누구도 아닌, 바로 이 몸이야말로 신들과 인간들을 즐겁게 하는 재주를 가진 유일한 존재''이며, ''실로 나는 복을 가져다 주는 신으로'' 우신은 필자를 비롯한 우리 인간들을 즉, 우신의 입장에서 봐서 신자들이 되는데 이 신자들을 호명할 때 '어리석은 자들'이라고 별칭을 붙이겠다고 하였다.
그러니, 에라스무스에 의하면 이글을 쓰는 필자나 이글을 읽는 독자나 모두 女神 우신의 신자인 셈이다.
(당신이 우신의 신자라하는 에라스무스의 저 확고한 표현에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졌다면, 이 글을 더이상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ㅡ 필자註)

저 노봉방에는 우신의 신도들이 살아야 할까, 현자가 살아야 할까?


''내 연설의 목적은 칭송''하는데 있고 ''
(소위 현명한체 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추어내어 풍자하는데 있지 않다''고 하며,
''나 우신을 받아들이고 나 우신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인간들 가운데 누구도 행복하게 살 수 없음을 밝혀내기 위해''서라고 우신의 행복을 역설하고 있다.

다음에는 우신의 탄생계보와 유래를 이야기하며, 우신이 어떤 이들과 반려하며 동고 동락하고 있는지를 비유적으로 비틀어 시사해주는 장면을 살펴보자.

우신과 우신의 신자들을 말을 못알아 듣는 현자들이야말로 우이독경이요 마이 독경입니다.


우신의 아버지는 '부유'이며 ''이분이야말로 바로 인간들과 신들의 아버지''로서
''인간 만사 공적인 일이나 사적인 일이나 모든 일을 주재한다''고 하며,
''어미 '청춘'과 사랑의 동침''을 하여 우신을 낳아 마침내
''행복의 섬''에서 우신이 태어났다고 한다.
우신은 태어날 때 울지 않았으며, ''바카스의 딸 '만취'와 판의 딸 '무지' ''라는 요정들에 의해 양육되고, 자아도취ㆍ아부ㆍ망각ㆍ태만ㆍ환락ㆍ경솔ㆍ음란호색ㆍ광란축제ㆍ인사불성 같은 하인들이나 일행들의 도움을 받아
''모든 신들가운데 최고신이라는 이름을 얻고 또 그렇게 여김을 받는다''고 하였다.
소위 지식인들이나 권력자들이나 계급 계층의 위선자 현자들의 생태를 조소하고 힐난하며, 그 중에서는 그래도 우신이 최고라는 뜻이다.

우신은 ''내가 생명의 씨앗이요 원천이며, 삶이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도 작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실로 생명이 살아가면서 접하는 편리한 것들 모두가 하나도 남김없이 우신의 업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현자는 늘 두려움의 가면을 쓰고 있고


''종합해보자면, 어떤 사회나 어떤 생명의 결합도, 내가 없었다면 어떤 것도 즐겁거나 혹은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분명히 말하거니와, 나를 통하지 않고는 어떤 위대한 과업도 성취되지 않으며'',
''한마디로 인간 세상 모든 일들은 전적으로 어리석음의 독무대''라고 하고,
''세상 만사는 일체 환영이려니와, 인생 연극은 달리 이루어질 수 없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저마다의 인생연극을 살아간다''고 하였다.
( *참고서적 ; 우신예찬, 에라스무스, 김남우譯. 열린책들)

우신의 신도들은 늘 즐거워 한다ㅡ필자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