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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길 5 - 행복한 바보가 되자

해파랑길 2022. 3. 19. 15:18

우신예찬에 관한 필자의 느낌과 소고를 인제 마감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중의 가장 최종은 행복이라 할 것이다.
그 행복의 실재는 물론 명예나 권력이나 사회적지위, 금력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무주리조트 첵크인


요약하면, 에라스무스에 의하면, 현자의 행복은 인간들의 본질적인 욕심과 표리부동의 삶에 찌들어 있고 어리석은자들의 행복에 비해 뒤처진다고 하고 있다.

''신에게 맹세코 말하거니와,
흔히 멍청이, 바보, 얼간이, 천치 등 내가 보기에는 무척 아름다운 호칭들로 이름 불리는 이들은 무엇보다 행복한 존재들입니다.''

그리하여, 에라스무스의 우신은
''어리석은 현자여, 당신의 영혼이 전전반측 밤낮으로 사념에 시달릴 적이면 나를 생각''하라고 하며, 현자들은 그들의 명예욕과 과시욕과 사회적지위를 유지키 위하여 여러가지 걱정이 많고 늘 고민에 휩싸여 있음을 직시하며, 오히려 현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덕유산 향적봉 가는길ㅡ이하사진 동일


에라스무스는 우신의 신자들, 즉 어리석은자들은 단순 소박 진솔하다고 한다. 반면에 현자는 늘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하며 그들의 변덕과 진실치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며, 말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현자들의 혀는 두 개인지라, 그 가운데 하나로는 진실을 이야기하며, 다른 하나로는 그때마다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현자들은 흰색도 검다 말하며, 차다 했다가 같은 입으로 금새 뜨겁다 바꾸며, 진심은 가슴속 깊이 숨겨 둔 채 거짓부렁을 지어내곤 합니다''


그리하여 에라스무스의 우신은 어리석은 자들의 순진무구함과 순수성을 찬양하고 있다 어리석은자들끼리 서로 어울려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기는 일상의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을 진정하고 더 값어치 있는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행복은 허상에 달렸습니다. ...
어떤 사람이 소금에 절여 삭힌 고기를 먹으며, 어지간한 사람도 그 역겨운 냄새를 견딜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마치 천상의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묻거니와 이 사람의 행복은 무엇에 달린 것입니까?
반대로 어떤 사람이 별미라 할 상어 알젓을 메스꺼워한다면, 이 사람의 행복은 무엇에 달린 것입니까? ...
어떤 소유이든지 함께 누릴 사람들이 없다면 하나도 즐거울 수 없는 법입니다''


''나 우신은 일종의 명정 상태를 정신 속에 영원무궁토록 유지하여 즐거움과 행복과 희열을 맛보게 하며, 조금도 골치 아픈 근심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
이렇게 볼 때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은혜를 골고루 나누어 주는 신은 나 우신이 유일하다 하겠습니다. ...
나는 내가 가장 경건하게 숭배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자들이 믿는 (우신을 제외한)다른 神들은
''진지한 일은 어느것 하나 돌보지 않으며, 다만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앉아 몸을 앞으로 숙여 인간들(현자를 지칭함 -필자註)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지켜 본다''고 한다.
즉, 이 불멸의 신들은 ''어리석은 중생들(현자들을 비꼬는 말-필자註)''이 펼치는 ''소동과 연극들''을 즐겨 감상하는데,
''신들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며
그저 현자들의 저 소동과 연극은 ''구경꾼으로 나선 신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할 뿐이다고 한다.


이것은 현자들이 맹목적으로 그들의 신을 믿고 따르기 때문에, 그들의 신들도 현자들의 삶을 그저 수수방관만 한다는 뜻일게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그저 주일이면 형식적으로 교회를 출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사찰에 이름 만 올려놓고 참예는 하지 않거나, 그처럼 명색은 신자인데 신앙은 뒷전인 무뉘 종교인들이 많다. 에라스무스가 지금 필자곁에 있다면 이들을 두고 역시 어리석은 중생들 이라고 할까 무어라고 했을까?)


여기서 현자들이 그들의 신들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며 행하는 삶을 '소동과 연극'이라고 풍자한 것이 이채롭다. 그런 현자들은 결코 현자가 아니라 다름 아닌 바로 '어리석은 중생들'이라고 조롱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참고서적; 우신예찬, 에라스무스, 김남우譯.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