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일 날이다. 늦 잠에서 깨어나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봄이 한창이라지만 일기 예보상으로는 제주는 낮기온이 13도. 서귀포는 14도라고 하는데, 한경면 여기는 밖에 바람이 많이도 불어 체감 온도가 더 낮은것 같다.

오늘은 원래 중문 면세점에 가서 쇼핑을 하려고 했었다. 근데 날이 춥다는 이유같지 않은 핑계로 급히 계획을 변경하여 가까운데로 잠간 나갔다 오기로 하고 무작정 니섰다. 우선 가는 길목에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이 있어 잠간 들려 보았다.
야생화 박물관 '방림원' 건너편 도로변에 차를 주차했다.



제주의 유명 예술가들이 모여서 개인의 작품활동을 하는 갤러리하우스들이 곳곳에 있고, 그 외 유명 공공 미술관들이 소재하고 있다.
물방울을 소재로 하는 김창열 미술관, 김흥수 화백이 자주 드나들었던 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를 전문으로 하는 공공수장고 등이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마을 투어만 하기로 했다.




미술관 내부 관람은 비오는 날 가기로 하고 바깥 건축물. 조형물을 보며 한적한 마을길만 한바퀴 돌고 나왔다.
(비오는 날 간다는 것은 사실 핑계고 예술에 대해 까막눈이라 자연 관심이 없고 흥미가 없었다.)
그나 저나 마을길을 순방하는 자체만으로도(예술이 뭔지는 몰라도) 가히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탐라도를 순방하는 것은 내게는 여행보다는 탐방이고 순례다.
다음은 곶자왈 도립공원에 갔다.
주변을 검색하다보니 걷는 길이 여러 갈래라서 주저없이 이 곳을 가기로 정했다.



곶자왈공원 가는 길목 근린에는 그 유명한 제주 국제학교가 있었다. 미국식 학제를 따른다고 어렴풋이 말로만 들었는데, 검색해보니 유치부에서 12학년까지 약 1300 명이 수학 하고 있으며, 그 중 90%가 한국인라고 한다. 자세한건 잘 모르지만 유명인 자녀나 글로벌을 꿈꾸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자녀들이 가서 공부하는 곳으로 느껴졌다.




곶자왈이란 나무와 덩굴들이 마구 엉켜있는 수풀인 제주어 '곶'과 자갈이나 돌이 모여있는 곳 '자왈'이 합쳐진 말로서, 대체로 수풀길. 숲길을 총칭하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고 한다.



원시림과 관목, 자갈과 현무암, 각종 야생초와 착생식물이 뒤엉켜 살아가는 곶자왈 도립공원은 크게 테우리길, 빌레길, 한수기길 등으로 탐방 순례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 원시 숲이 주는 삶의 길은 오늘의 나를 돌아보며 힐링하는 길이자, 나로 하여금 내일의 삶을 새롭게 살아가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올레길도 곶자왈 숲길도 돌고나면, 식후경 생각이 절로 난다. 먹는 것과 사는 것과 걷는 것은 일맥 상통한다.
모슬포항 근처에 있는 소위 맛집 '밝음이네' 식당에서 닭볶음탕과 흑돼지 김치찌개를 먹었다.






밥을 먹고나니 이내 식곤증, 스르르 잠이 몰려온다.
한숨 쉰 뒤에 마라 해양도립공원 송악산둘레길을 걸었다.





솔오름이라 불리는 송악산은 제주 최남단에 있는 오름이다. 정상부에 가매창이라 불리는 69m의 분화구가 있는 일종의 이중 화산체인데, 주위에 기생 화산이 발달하여 99봉이이라고도 한다.







둘레길을 걷는 동안 사방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산방산과 형제섬, 가파도와 마라도, 주상절리와 흑사해변
(필자가 이름지음) 등의 천태만상의 절경들이 가는 발길을 자꾸 멈추게 한다.








바다와 육지는 원래가 하나였다.
삶도 길도 하나였다.
그 하나가 곧 세상 만사가 되었다.
세월이 가면 주름이 지듯 필연에 의해 변화가 일어났다.





그 세상만사 변화속에 우리가 산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자.
같은 것이 나누어 졌듯이 나누어 진 것도 언젠가 합해질 것이다.
하늘도 바다도 땅도 하나로 합해지듯이, 너와 나는 둘이면서 하나다.
그걸 우리는 사랑이라 한다.
해서 내가 말 할 수 있는 진실은, 나는 오늘도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