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온다. 가랑비다.
날씨가 꽤나 서늘하다.
사랑하는 동생이 집으로 복귀하는 날이다. 형님 본다고 일부러 바쁜 시간을 쪼개서 제주도까지 와 준 동생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내게는 여러모로 형님같은 어진 동생이다.



제주도 와서 여행지에 갈때마다 형님덕분에 편하게 여행한다고 비싼 음료대나 밥값을 모두 다 자기가 먼저 내 주었던 동생, 나는 오로지 동생의 턱을 받고 그저 분에 넘치는 형님 대접만 받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이왕에 제주를 왔으니 가성비 있게 여러 명소를 꼭 관광시켜 주고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 알찬 스케쥴을 잡아 안내를 열심히 했을 뿐이다.

오후 비행기라 가다가, 가는 길에 있는 금악오름이나 새별오름을 오를려고 했는데, 가랑비가 내리는 관계로 낙천리 의자마을을 들렀다.


그 다음에는 저지 예술인촌 마을을 한바퀴 돌고나서, 성이시돌 목장으로 갔다.


목장에서 우도땅콩 밀크 티를 마시고, 동생사돈네 드릴 우유잼 선물도 샀다.




제주도도 식후경, 공항 근처 보말 전문 맛집을 찾아 가서, 보말죽과 보말 칼국수를 먹었다.
공항은 이별의 장소이지만 만남의 장소도 된다.
會者定離 去者必返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거창하게 法華經(법화경)의 말씀을 빌릴 필요없이, 오늘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공항을 메우고 있다.

공항에서 동생을 보내고, 인제는 다시 다음 비행기로 올 동서형님을 기다린다. 시간이 남아 근처 시내 관덕정에 잠시 순례를 갔다.


관덕정
세종 30년에 제주 목사 신숙청이 병사를 훈련시킬 목적으로 창건한 건물로, 창건 후에는 병사의 훈련뿐만 아니라 공사를 의논하거나 잔치를 베푸는 곳, 또는 죄인을 다스리는 곳으로도 사용되었다. 관덕정은 제주에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ㅡ지식백과










처형이 맛있는 간식이랑 고기를 잔뜩 챙겨오셨다.
오늘도 역시 받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는게 감사할 따름이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숙소 주변 돗곳물 둘레길을 산보했다.
수많은 생명들이 번성의 숙명을 이어가는 산 현장이다.









이곳 조수리 돗곳물 둘레길은 전적으로 나만의, 내가 찜하고 정한 동네 순례길이다.
해가 저물어 세상에 안식이 온다.
태양은 어찌저리도 둥글고 붉을까?
그가 있음에 생명이 번성의 역사를 이어간다.










내가 찜한 순례길에는,
거기에는 대자연의 숨결이 녹아 있고 생명의신비가 베여있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마음 속에는 영혼의 신성이 있고, 하늘에는 태양과 별이 빛난다.



내 옆에는 친애하는 가족이 있고, 그 둘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요정들이 생명의 경외를 지키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가운데서 살아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