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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주전골 - 파우스트의 길 1

해파랑길 2021. 12. 2. 10:55

오랫만에 내가 십여 년 이상 살았던 북동쪽 강릉 양양지방 여행을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형제를 만나 회포를 풀며 즐겁고 뜻깊은 오색온천 순례도 같이 하였다.
필자는 주전골 용소폭포 코스를 수차례 답사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오색약수터 입구까지만 가서 사진만 찍고 일정상 전체코스 답사는 생략하였다.
토요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일요일날 가족예배를 통해, 며칠전 증도 순례중 작성한 블로그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소재로 이야기로 간증했다.
(형제로서 온정을 다해 그간 동생을 챙겨주신 누님께 새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https://myplacetoyou.tistory.com/m/32

증도 순례길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삼류자작시 하나를 읊어 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 밥먹고 살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 숨쉬며 살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 일하며 살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나 소망으로 살지 사람은 무엇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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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영주 희방사를 들렀다. 희방폭포 다리 위를 걸으며, 문득 부처님이 말하는 서방정토를 괴테의 파우스트는 어떻게 건넜는지를 사유하였다.

양양 어성전 법수치와 면옥치길

인간은 원래가 착하고 선한가?
나는 착하고 선한 것을 악한 것보다는 선호하는 편이다.
파우스트도 내편인가 보다.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ㅡ 파우스트)

악마는 인간의 적인가, 인간의 반대편인가?
악마가 인간의 편을 들어줄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파우스트는 글쎄다.
(고귀한 노력을 경주하는 인간의 정신을 너희들 따위가 이해한 적이 있었는냐? ㅡ 파우스트)

신은 그래도 악마보다는 인간의 편인가? 악마가 인간의 편이 아니라면 인간은 신을 선택해야 할 것인데, 늘 인간은 방황하며 신을 거역하기 일쑤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ㅡ 파우스트 )

위와 같은 나의 원초적 의문들 속에서 파우스트에서 내 나름대로 찾아 낸 답안이 괄호안의 답변이다.

설악산 오색약수터 길

나는 지금보다 더 젊은시절에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의 파우스트(Faust)를 읽은 적이 있다. 언제인지는 잘 몰라도 그때는 그 책을 읽고 작품 속에서 도대체 작가가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는지, 파우스트 작품 속의 화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대체 그 전말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양양 오색약수터

대충 달포 전에 처형네 댁 서가에서 파우스트를 빌려와 읽었다. 예전에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렵고 지겹고 내용을 몰라 답답하기 이를데 없었다. 졸견으로는 시와 희곡이 뒤섞인 문학작품이고, 신학과 철학과 사상과 역사와 신화와 실체가 총 망라된 방대한 괴테의 생애가 담긴 자서전적 종합소설(?)이라서, 내가 재미로 읽기에는 벅차고 그 어떤 해석도 역부족인 난해한 책으로만 보였다.
등장인물들 ㅡ신화속의 인물과 실존인물ㅡ 의 혼재, 상징적인 문장, 비유적인 표현과 난해한 어희들로 희곡의 스토리 전개가 시시각각 변해서 너무 지루하고 복잡해서 실로 읽기가 어려웠다.

양양 설악산 주전골

신(하나님)과 인간(파우스트)과 악마(메피스토펠레스)의 이야긴데, 악마는 신에게 인간을 유혹하여 타락시킬 수 있다고 내기를 걸면서, 파우스트에게 쾌락적 삶을 선물하는 대신에 그의 영혼을 넘겨 받기로하고 계약을 한다. 인간은 지혜를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듯 하지만 방황하고 종국에는 추락하지만(악마와의 내기에서 파우스트는 결국 졌지만), 그러나 신은 마지막 순간에 인간(파우스트)이 최후의 순간까지도 시련을 극복하려는 그의 노력을 가상히 여기고 그의 영혼을 타락의 수렁으로부터 건져 천국으로 인도해 내는 영혼구원의 이야기다.

양양 설악산 주전골

파우스트(인간)는 학문과 지혜를 총동원하여 악마에 대항하고, 악마는 온갖 술수와 눈속임을 하며 인간을 농락하는데, 괴테의 다음과 같은 암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는 여기서 인간은 역시 야누스라서 타락할 수도 구원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새삼 느꼈다.

''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 (...)사랑만이 사랑하는 자들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 ''

즉, 인간속에는 악마도 있고 신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 구원을 향한 선택이 인간의 마음먹기에 또 노력여하에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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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 괴테는, 파우스트(인간)는 신의 필연적 구원설 내지는 예정설로 인간은 결국 당연히 구원받게 된다는 것도 동시에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방황하는 고집 불통이고 반항아이지만, 한편 인간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영혼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고백하며 순종하기만 하면 신에게 구원받을 수 있다(신이 구원한다)는 말이다.
신과 악마, 악마와 인간, 인간과 신, 선과 악, 지혜와 사랑, 타락과 구원 등의 방대한 영역을 함유하고 있는 괴테의 파우스트는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이 신의 영역에 귀속되며, 모든 죄악은 신의 뜻에 따라 구원에 이르게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데 이것이 곧 괴테가 말하고 싶은 요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파우스트를 읽고 느낀점이 여러분과 같은점도 있을것이고 사뭇 다른점도 있을 것이니, 여러분이 한번 읽어보시길 권장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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